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국내 보툴리눔독소제제 시장이 뜨겁다. 앨러간이 지난 1995년 최초의 보툴리눔독소제제를 국내에 발매한 이후 총 8개사가 10개 제품을 내놓으며 치열한 경쟁이 전개 중이다. 보건당국은 의료인과 환자들에게 허가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안전한 사용을 주문했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보툴리눔 주사제는 보툴리눔 독소(Botulinum toxin)라는 혐기성 세균인 보툴리눔균에 의해 만들어지는 신경독소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방출을 억제함으로써 근육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툴리눔 독소는 8종류(A, B, C1, C2, C2, D, E, F, G)의 혈청형으로 구분되며 현재 A형과 B형만 의약품으로 개발됐다. 국내에는 A형만 시판 중이다.
국내 시판허가를 받은 보툴리눔 주사제는 총 8개사 10개 제품에 이른다. 한국앨러간의 ‘보톡스’, 한국입센의 ‘디스포트’, 멀츠아시아퍼시픽피티이엘티디 ‘제오민’, 한올바이오파마의 ‘비티엑스에이’, 메디톡스의 ‘미디톡신’·‘이노톡스’·‘휴톡스’, 휴젤의 ‘보툴렉스’, 대웅제약의 ‘나보타’, 휴온스글로벌의 ‘휴톡스’ 등이 허가받은 상태다.
이중 한올바이오파마가 수입 판매했던 비티엑스에이는 시장에서 철수했고, 휴온스글로벌의 휴톡스는 수출용으로만 허가받았을 뿐 국내 시판허가는 아직 획득하지 않았다. 지난 2006년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한 메디톡스는 가장 많은 3종을 보유 중이다. 이노톡스는 동결건조형의 기존 제품을 액상형으로 개선한 제품이며 코어톡스는 내성위험성을 줄인 제품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당초 보툴리눔 주사제는 안검경련(눈깜빡임이 조절이 안되는 증상), 안면경련, 사시치료, 경직의 완화 등의 치료목적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최근 겨드랑이 다한증의 치료, 요실금, 빈뇨 등 뿐만 아니라 미가주름, 눈가주름 등 미용목적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국내 허가를 받은 보툴리눔 주사제의 허가사항을 보면 모든 제품이 ‘미간주름’을 공통적으로 승인받았을 뿐 제품마다 적응증은 제각각이다.
일반적인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적응증 중 특정 효능에 대해서만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해도 나머지 적응증도 인정해주는 적응증 외삽이 적용되지만, 독소나 백신과 같은 바이오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을 입증해서 허가받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거쳐 검증받은 적응증만 부여한다.
앨러간의 보톡스가 눈꺼풀경련, 사시, 첨족기형, 경부근긴장 이상, 뇌졸중의 상지경직, 겨드랑이 다한증, 만성 편두통, 방광기능장애, 미간주름, 눈가주름 등 가장 많은 10개의 적응증을 획득했다. 입센의 디스포트는 눈꺼풀경련, 반측안면경련, 뇌졸중의 팔경직 등 5개의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국내 업체가 내놓은 제품 중에는 메디톡신과 보툴렉스가 각각 눈꺼풀경련, 첨족기형, 뇌졸중의 상지경직, 미간주름 등 4개의 적응증을 확보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미간주름과 뇌졸중의 상지경직 등 2개의 적응증을 승인받은 상태다. 이노톡스와 코어톡스, 휴톡스 등은 미간주름 1개의 적응증을 보유 중이다.
적응증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처방은 가능하다. 의약품이 허가받지 않은 치료 영역이라도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허가외 사용(오프라벨, Off-label use)이 가능하다. 통상 허가외 범위까지 사용할 때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사용으로 인한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사용이 가능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툴리눔제제는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항체가 생성되고 효과가 감소할 수 있어 의사와 반드시 상담해 권장 사용량 및 횟수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의료진들은 허가받지 않은 부위에 시술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