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위암은 일반적으로 위 뿐만 아니라 주변 림프절을 분리해서 제거하는 광범위한 절제수술을 시행합니다. 하지만 초기 위암환자 가운데 약 95%는 광범위한 절제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안상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지난 25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교수회관에서 열린 2차 바이오나노메디신 살롱에서 ‘위암의 최소 침습 치료와 미충족 니즈(수요)’에 대한 강연을 통해 이 같이 강조했다. 절제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위암 치료법이 의료현장에서 대두되는 미충족 수요라는 설명이다.
위암은 2013년 기준으로 국내 발병 2위의 암이며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많은 빈도로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검진이 많이 이뤄져 완치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사망률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인 위암 치료법은 근치적 절제술이며 이때 절제하는 위의 범위에 따라 75%를 절제하는 서브토탈(subtotal)과 100% 완전 절제하는 토탈(total)로 나눠진다. 특히 림프절을 통한 전이(metastasis)를 막기 위해 위 주변에 존재하는 림프절을 분리,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 교수는 “점막에 국한된 초기 위암환자 가운데 약 95%는 광범위한 절제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적인 차원의 암 조기검진을 통해서 초기 위암환자가 전체 위암 환자의 60%에 달하는 현실에서 과도한 절제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감시 림프절(Sentinel lymph node)’이다. 감시 림프절이란 원발 종양으로부터 림프액이 처음으로 배액되는 곳으로 암세포의 전이가 가장 먼저 이뤄지는 림프절이다.
안 교수는 “감시 림프절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으면 나머지 림프절에도 암세포가 없다고 예측할 수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광범위한 림프절제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정확한 감시 림프절 선별을 통해 전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감시 림프절을 선별하기 위해서 위암 내시경 수술에서 사용되는 추적자(Tracer)는 방사성 동위원소와 ICG(Indocyanine green)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한계점을 가진다. 또한 림프절에 대한 특이성이 떨어져 림프세포나 암 세포에만 특이적으로 도달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안 교수는 현재의 추적자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는 데 나노 입자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나노 입자에 긴 파장을 나타내는 CM860 형광염료와 암 특이적인 마커(cancer specific marker), 조영제에 사용되는 리피디올(lipidiol) 등을 적용하면 높은 특이성을 가진 추적자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거기에 더해 화학적 치료제까지 겸비할 수 있다면 림프절의 암세포를 치료할 수 있는 기능까지 하는 추적자가 될 수 있다”며 나노 의학 연구자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기대했다.
한편 대한나노학회에서 주관하는 바이오나노메디신 살롱은 나노입자를 이용한 신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연구자들과 임상의사, 바이오기술 특허담당 변리사, 투자회사의 바이오 분야 심사역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참석하는 새로운 커뮤니티로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