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 연구단 현택환 단장과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 연구진은 12일 항산화, 항염증 작용이 탁월한 세리아-지르코니아(CeZrO2) 나노입자를 합성해 패혈증 치료제로써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패혈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전신성 염증반응으로 발열, 빈맥(>90회/분), 빈호흡(>24회/분), 백혈구의 증가 혹은 현저한 감소 등 전신성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생명에 큰 위협이 되는 질환이다. 현재 특이적인 진단법은 없으며 체온, 호흡수, 혈압, 혈액 검사를 통한 백혈구 수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을 내린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약 3150만명의 패혈증 환자가 발생하며, 그 중 530만명이 사망한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국내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은 약 31%에 이른다. 현재 패혈증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으며, 항생제 또는 항진균제 투여와 수액 공급, 혈압 유지, 산혈증 교정, 진통제 투여 등의 조치가 최선이다.
연구진은 패혈증에 걸리면 세포내 활성산소가 과다하게 발생하고 이로 인한 사이토카인 등의 분비로 염증 과민반응이 발생, 조직이 괴사하고 장기가 손상되는 것을 바탕으로, 체내 활성산소 농도를 낮추고 염증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2012년부터 세리아(산화세륨) 나노입자가 갖는 항산화 기능에 주목했다. 이미 뇌출혈, 알츠하이머 질환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동물실험에서 완화 효과를 확인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패혈증 치료에도 효과를 입증하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신체 독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나노입자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세리아 나노입자에 지르코늄(Zr) 이온을 결합시켜 세륨(Ce) 3가 이온의 활성산소 제거 비율과 유지력을 높였다. 급성 패혈증 동물모델에 합성 나노입자를 투여한 결과, 장기 손상이 감소하고, 감염 2주 내 생존율이 약 2.5배 높아진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현택환 단장은 “강력한 항산화, 항염증 효과를 보이는 세리아-지르코니아 나노입자가 패혈증 환자의 시술과 치료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는 “나노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간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수요가 큰 임상 연구에 나노기술을 적절하게 접목시킨 결과”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온라인에 지난 7월 5일 게재됐고, 중요성을 인정받아 속표지(Inside cover) 논문과 ‘가장 주목받는 논문(Hot paper)’로 선정됐다.
이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 연구단의 주도로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업진흥원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질병중심 중개 중점연구)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