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올해 국내 바이오부문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특정기업 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약후보물질이나 사업화 등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소수 기업에 대규모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바이오기업 '옥석가리기'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응과 함께 투자업계가 국내 바이오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리스크 회피에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0억원 안팎의 시리즈A,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바이오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엑소코바이오 오름테라퓨틱 티움바이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퍼스트인클래스 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거나 조기사업화 흑은 조기상장이 가능한 비지니스모델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3월 20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국내 독보적인 이중항체 기반 파이프라인, 한화케미칼에서 바이오사업을 담당하던 이상훈 박사와 핵심 인력의 역량, 설립 3년만인 2018년 조기 상장 추진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해초 문을 연 엑소코바이오는 지난 4월 125억원을 유치해 화제가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는 엑소좀(Exosome)을 타깃으로 한 데다 조기사업화(화장품→신약)및 IPO에 역량을 가진 인력들이 대거 합류한 것이 투자 유치의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벤처캐피탈 출신인 조병성 대표는 바이로메드 투자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메디톡스와 로고스바이오시스템스에 투자 및 직접 경영 참여로 코스닥 상장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사노피 출신의 이승주 대표와 김용성 아주대교수가 의기투합한 오름테라퓨틱은 퍼스트인클래스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가졌다는 점이 무엇보다 주목받았다. 이 회사는 30년 동안 신약개발에 실패한 타깃인 'RAS 변이'를 잡는 세포침투 항체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RAS에 결합하는 세포침투 항체가 대장암, 섬유육종 동물모델에서 항암효과를 가진다는 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하면서, 외신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세포침투 항체기술은 기존 항체치료제가 접근하지 못하는 세포막 안의 50% 질환유발 단백질을 겨냥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가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 120억원을 투자받은 티움바이오도 신생기업으로 김훈택 전 R&D센터장 등 SK케미칼이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 (AFSTYLA)’ 개발 인력 등이 뭉친 회사다. 티움바이오는 이번 투자를 통해 새로운 바이오 신약 개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2016~2017년 투자받은 바이오기업 숫자는 크게 늘었는데 '엑싯(Exit)'하는 코스닥 문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이는 국내 유일한 엑싯 통로인 상장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따라서 투자사들이 소위 '될만한 기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VC는 "2018~2020년까지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몰려있어 '상장 대란'이 나타날 수 있어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특정 기업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VC들이 지나치게 위험 회피에만 집중하면서 특정 기업 투자,해외 기업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다양한 가능성있는 기업을 발굴해 국내 바이오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는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의료부문 신규투자는 지난 5월까지 10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7817억원의 13.1%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바이오의료부문 신규투자는 1352억원으로 전체 7018억원의 19.3%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