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성분명 인플릭시맙)'의 미국 시장 출시를 확정하면서 원개발사인 존슨앤존슨(J&J)와 퍼스트시밀러사 셀트리온과의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MSD, 화이자, J&J 빅파마들의 대결이기도 하다. 특히 FDA 허가 3개월만의 조기 출시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35% 낮은 파격가격 정책을 내세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전략이 시장에 어떤 파급력이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류마티스관절염 등 면역질환 치료제 렌플렉시스는 24일 미국 시장에 정식 출시됐다. 판매는 마케팅 파트너사인 MSD(미국명 Merck)가 담당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MSD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지 3개월만에 조기 출시를 결정했다. 미국 대법원이 180일 전 바이오시밀러 시판 사실 고지 의무에 대해 ‘판매 허가 전 바이오시밀러 시판 사실 고지’도 유효한 것으로 판결을 내리자 곧바로 출시 시기를 앞당겼다.
조기 시장 진입을 통해 퍼스트시밀러 램시마(미국명 인플렉트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9월 유럽시장에 렌플렉시스의 유럽판인 플릭사비(Flixabi)를 출시했지만 그해 매출이 10만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한 결과를 얻었다. 35개월 앞서 출시한 퍼스트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이미 시장을 석권해 파고들 틈이 없었다는 평가다. 지난 5월 J&J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레미케이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이와 무관하게 출시를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철저한 FDA 승인 심사 준비와 미 대법원 판결에 따른 조기 출시로 퍼스트무버와의 차이가 7개월로 단축됐다"면서 "퍼스트무버와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표시가격(Listing price) 역시 레미케이드 대비 35% 낮게 책정했다. 레미케이드 대비 15% 낮은 가격을 책정한 램시마에 비해 파격적인 수준이다. 이를 통해 오리지널약인 레미케이드나 퍼스트시밀러 램시마에 비해 불리한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장에 출시된 셀트리온 램시마는 지난 1분기까지 2100만 달러 매출을 달성하며 순항중이다. 특히 5월 미국 내 램시마 처방액이 약 784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 4월 대비 61%(487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약가 협의 및 보험 등재 등에 이어 1분기부터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와 같이 매 분기별로 판매량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이미 첫 분기 실적도 목표 대비 3배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을 만큼 순조롭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연말에는 10~15% 이상의 시장점유율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셀트리온 관계자는 “가격 측면은 시장상황에 따라 대응할 준비가 이미 충분히 돼 있으며 수율개선으로 인해 수익성에 문제가 없다"면서 "의약품의 경우 가격보다는 처방 Data 축적으로 인한 의료계의 신뢰도가 중요하며 램시마 SC 제형 출시를 통한 프랜차이즈 효과로 경쟁사 대비 앞선 속도로 시정을 잠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J도 바이오시밀러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방어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전문매체 피어스파마에 기고한 해외 애널리스트 로니 갈(Ronny gal)의 분석에 따르면 J&J는 램시마에 맞서기 위해 3가지 전략을 사용했다.
첫번째 전략은 지불자와 협상을 통해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독점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두번째는 대형 병원들에게 다른 여러가지 약과 의료기기를 묶음(bundle)으로 판매하는 것이며 마지막 전략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수액센터(infusion center)에게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한 것이다. 로니 갈은 “예산이 넉넉치 않아 경제적으로 좀 더 민감한 센터들에게 할인 혜택을 줌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IMS헬스에 따르면 2016년 레미케이드의 전세계 매출은 약 9.2조원이며 미국 매출은 63%에 해당하는 5.2조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