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 대학(OHSU) 연구팀이 유전자가위로 인간배아 유전자 교정에 성공해 선천성 심장병 예방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국내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 교정연구단의 김진수 단장 연구팀이 'CRISPR-Cas9' 유전자가위를 제작해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미국, 영국 등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인간배아 유전체 교정 연구를 극히 제한하고 있어 규제완화 논란도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은 3일 김진수 단장 연구팀이 OHSU 미탈리포프(Mitalipov) 교수 연구팀 등과 함께 인간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 if 38.138) 온라인에 한국시간 이날 오전 2시에 공개됐다.
연구진은 인간배아 유전자 교정을 통해 비후성 심근증 변이 유전자가 자녀에게 유전되지 않을 확률을 자연상태의 50%에서 72.4%로 높여 유전자가위로 유전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단일 유전자 변이로 인한 유전질환은 1만 가지 이상이다. 혈우병, 겸상 적혈구 빈혈증, 헌팅턴병 등 희귀질환이 많고, 환자 수는 수백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의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비후성 심근증은 선천적으로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심장질환으로 인구 500명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데,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며 젊은 나이에 돌연사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김진수 단장 연구팀은 배아 실험에 사용할 유전자가위(크리스퍼 Cas9)를 제작해 제공하고, 실험 후 DNA 분석을 통해 유전자가위가 표적 이탈 효과 없이 제대로 작동했음을 확인했다. 인간배아에 유전자가위를 도입해 유전자를 교정하는 실험은 미국 OHSU 연구팀이 수행했다.
유전체 교정연구단측은 "기존에는 수정 후 유전자가위를 주입해서 같은 배아에 유전자가 교정되지 않은 세포가 섞여있는 모자이크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번 연구에서 정자와 유전자 가위를 동시에 난자에 주입해서 모자이크 현상을 극복함으로써 유전자 교정의 성공률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단장은“이번연구는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인간배아에서 유전자가위의 효과와 정확성을 입증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유전적 난치병 치료목적 기초연구를 위한 인간배아와 생식세포 변경을 허용한다. 영국, 일본, 중국 등도 기초연구 중심으로 인간배아 유전체 교정을 허용하는 움직임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희귀, 난치병의 치료 등 일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잔여배아에 대한 연구만 허용하는 등 극히 제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