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이형기 서울대 교수(임상약리학과)는 지난달 31일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암연구소에서 열린 ‘2017년 4차 바이오 나노메디신 살롱’의 강연자로 나서 "인간이 따라가지 못하는 정보처리속도를 가진 인공지능(AI)을 신약개발의 후단인 임상시험에 적용함으로써 현재 겪는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연간 1만 5000건의 임상시험이 허가를 받아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다기관 임상시험의 경우, 정해진 기한 동안 단 한 명의 환자도 등록시키지 못하는 사이트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환자가 등록되지 않은 사이트도 유지 관리 비용이 들게 되는데 이러한 비용이 연 20억 달러를 육박한다고 설명한 그는 “이 금액은 웬만한 블록버스터 약물의 연간 판매액에 맞먹는 수치”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환자를 등록하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의료진의 정보 전달 부족과 장려의식의 부재, 까다로워진 선별 기준과 낮은 선정 확률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환자들은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를 담당의료진에게서 얻기를 원한다. 하지만 막상 정보를 얻는 것은 TV광고와 같은 홍보물에 의해서 정보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대형 병원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그 외 일과가 넘쳐나는 의료진들에게 임상시험 관련 정보 제공과 상담 등은 버거운 과제라는 것.
또 최근 들어 늘어난 선정 기준 항목도 환자 등록이 어려워진 이유라고 말했다. 2005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임상시험 환자 선별 제외/만족 기준 항목이 평균 32개였는데, 2015년 통계에 따르면 항목이 54개 가량으로 증가했다. 이 교수는 “선정기준 항목이 100개가 넘는 임상시험도 존재한다. 이렇게 선정 기준 항목이 증가하면 환자 분류와 선정에 드는 노동력과 시간이 증가하고 정확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의료진이 환자의 의료기록을 보고 선정 기준 항목에 일일이 대입하며 적합한 환자를 골라내야 하는 현재 방법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해당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가 개발하고 있는 ‘P-MATCH’는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추출한 환자의 특성과 허가된 임상시험의 선정기준 목록을 서로 머신 러닝을 통해 매칭함으로써 환자에게 알맞은 임상시험을 골라내게 된다.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를 학습시켜 스스로 규칙을 형성하도록 하는 머신 러닝을 통해 임상시험에 알맞은 환자를 빠르게 골라낼 수 있어 환자를 선별하고 등록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처음에는 전자의무기록 자료만 이용하지만 좀 더 범위를 확장해 개인의 유전체 분석정보나 라이프로그 데이터 등을 수집한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좀 더 정밀한 임상시험 매칭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환자들에게 좀 더 쉽게 풀이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환자가 주도적으로 정보를 얻고 선택할 수 있는 환자 주도적 질병 커뮤니티의 플랫폼 기술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