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올해 하반기 벤처에 대규모 정책자금(모태펀드)이 쏟아진다고 하니 바이오벤처를 운영하는 대표자로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투자 유치에 성공해 신약개발을 위한 자금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만난 한 신생 바이오기업 대표는 투자유치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벤처캐피털 등 기관 투자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는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지속해서 약세인데다 기업공개(IPO) 시장마저 위축 되다보니 만나는 기관들이 신규투자에 굉장히 보수적이더라"면서 "하반기에는 상황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기업들이 하반기 투자 훈풍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확보한 총 8700억원의 예산을 모태펀드를 통해 벤처, 중소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40여개의 신생 바이오벤처가 생겨날 정도로 창업 붐이 일었지만 많은 바이오기업이 투자 유치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업 붐과 달리 코스닥과 기업공개(IPO) 시장의 위축 등으로 인해 바이오 투자 분위기는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벤처캐피털의 바이오의료분야 투자액은 1695억원(전체의 13.9%)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바이오의료분야 투자액(2291억원)과 비중(20.3%) 모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특히 신약후보물질이나 사업화 등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소수 기업에 대규모 투자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 수는 더 줄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 모태펀드를 통해 집행될 자금은 바이오기업에는 '한 줄기 빛'이다.
정부 투입 예산은 총 8700억원 규모로 청년 창업 분야에 3300억원, 재기 지원과 4차 산업혁명 분야에 각각 2500억원이 배정됐다. 매칭하는 민간 출자(60~80%)분까지 포함하면 1조 2865억원이 시장에 풀린다. 바이오분야와 관련이 깊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 투입되는 모태펀드 규모도 3572억원(민간 출자비율 70%)에 이른다.
모태펀드 투자, 관리기관인 한국벤처투자의 ‘한국모태펀드 2017년 3차 정시 출자사업 결과'를 보면 총 120개 조합 운용사가 3조 1349억원 규모의 출자를 요청하는 등 투자업계는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바이오투자에 집중하는 인터베스트(4차산업혁명) 엘에스케이인베스트먼트(4차산업혁명)를 비롯해 한국투자파트너스(4차산업혁명) 미래에셋벤처투자(청년창업) LB인베스트먼트(4차 산업혁명) 에스비아이인베스트먼트(청년창업) DSC인베스트먼트(청년창업) KB인베스트먼트(청년창업, 4차산업혁명) 등도 대거 지원했다. 한국벤처투자는 9월 말 자금 운용을 맡길 민간 VC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바이오기업들의 기대감도 상당하다. 신생 바이오벤처부터 1~2년내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는 기업까지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A바이오기업은 지난 연말 투자 유치 협상이 결렬된 뒤 자사주 일부를 장외시장에 매각해 임상 및 운영 자금으로 활용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기관과의 투자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만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하반기 대규모 자금을 집행한다고 하니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B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 기관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기관투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투자업계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도 있다. 한 VC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긴 하겠지만 VC들이 초기 기업보다는 조기 상장을 통해 엑싯(exit)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 4차 산업혁명 역시 바이오분야 보다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야 등이 더 주목받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적은 바이오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한번에 많은 정책자금이 풀리면서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까지 투자를 유치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