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조정민 기자
류마티스 관절염, 암, 뇌졸중 등 중남미 생명공학산업 강국 쿠바(CUBA)의 혁신적인 신약 후보물질들이 공개됐다. 국내 바이오제약기업이 쿠바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 진출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는 '한-쿠바 바이오파마 기술교류 세미나'가 개최됐다. 바이오스펙테이터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주최하고 싸토리우스 코리아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바이오쿠바파르마(BioCubaFarma)의 루이스 에레라 마르티네스(Luis Herrera Martinez) 기술고문을 초청해 쿠바의 혁신적인 기술을 소개하고 국내 기업과의 기술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바이오쿠바파르마는 쿠바의 의료·바이오산업 분야의 38개 기업 및 연구소를 통합해 2011년 설립한 기관이다. 루이스 에레라 마르티네스 기술고문은 이날 강연에서 1980년대부터 이어온 쿠바의 생명공학산업의 성장사부터 핵심 경쟁력에 대해 소개했다. 또한 기술이전, 조인트벤처 등 다양한 방식의 전략적 제휴도 제안했다.
그는 핵심 파이프라인도 소개했다. 먼저 변형 펩타이드 리간드를 이용한 자가면역치료제인 CIGB-500은 류마티스 관절염(1차 적응증) 이외에도 1형 당뇨병, 크론병 등을 적응증으로 개발 가능하다. T세포의 활성화에 필요한 상호작용을 방해함으로써 자가면역반응을 줄여주는 기전을 가진다.
1,5-벤조디아제핀과 디하이드로피리딘을 결합한 합성화합물 CIDEM-161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쿠바 CIDEM에서 개발한 이 물질은 전임상 동물실험에서 세포 내 칼슘 유입 방지와 더불어 세포 사멸과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급성 뇌경색 발생 이후 재관류가 이뤄졌을 때 급격한 산소의 공급 등의 요인으로 세포사멸이 발생하는데, CIDEM-161이 그러한 재관류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경세포의 기능을 보전하고 사멸을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CIGB-845 물질은 상피성장인자(Epithelial growth factor)와 GHRP6(Growth hormone releasing peptide 6)를 결합한 합성 펩타이드로, 뇌 허혈 이후 병리학적 상황에서 각각 다른 타깃에 적용,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다. 그는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다양한 중추신경계 질환모델에 CIGB-845를 적용했을 때, 대조군에 비해 질환의 중증도가 낮게 나타났고 모델의 생존률도 향상되는 것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참석한 에드슨 루이스 브리또(Edson Luis de Brito)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상임컨설턴트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의 바이오제약산업 현황, 규제 수준 등 중남미 바이오제약산업 투자환경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연자들의 흥미로운 강의도 이어졌다. 홍진태 충북대 교수는 천연물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BL153' 물질을 개발해 SK바이오랜드에 기술이전한 사례와 함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접목한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을 통해 실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제 신규 타깃을 발굴하는 과정을 밝혔다.
마지막 연자로 나선 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기반한 다양한 전략적 제휴(Licensing-In & Co-Development)'를 통한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약개발 분야는 반도체나 자동차와 같이 수직계열화나 자체역량을 중시하는 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신약 승인이 줄고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다주는 제품의 특허만료가 다가오는 다국적사들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치료제와 진단방법을 가져오면서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미국 Regenerx사가 개발한 'Tymosin beta4'를 기술이전받아 수포성 표피 박리증, 신경영양성 각막염 등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지트리비앤티와 GSK가 실패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SB742457)를 이전받아 시총 21억 달러 기업으로 성장한 Axovant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임 전무는 다만 국내는 M&A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개발 중 적절한 시점에 기술이전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면서 "한국은 혁신적인 학계와 기업, 대규모 연구개발비 투자, 훌륭한 임상연구 환경, 강력한 정부 지원 등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100여명의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과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LG화학, CJ헬스케어 등은 개별 미팅을 통해 구체적인 기술 탐색도 진행했다.
대전에서 올라온 이상목 바이오큐어팜 대표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브라질 진출 방안을 협의하던 차에 이번 행사에 관심을 갖고 참석하게 됐다"면서 "중남미는 국내 기업이 도전해야할 의미있는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바이오큐어팜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술이 없는 국가의 기업들과 조인트벤처를 세우고 생산기술을 이전해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짓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중 최초로 캐나다증권거래소(Canadian Securities Exchange, CSE)에 상장해 주목받았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이상호 바이오의약 PD는 "쿠바는 기초과학, 생명과학에 강점이 있는 국가여서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면서 "발표 내용 역시 흥미로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