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대전의 유전체 분석·진단키트 전문기업인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가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 microsatellite instability)을 진단하는 ‘U-TOP MSI Detection Kit'의 유럽 진출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유럽품질인증(CE)을 받은 것으로 지난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체외진단용 의료기기(3등급) 허가에 이은 또다른 성과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암종과 상관없이 MSI수치(바이오마커)에 따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처방토록 허가해 이를 진단하는 키트로서 향후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25일 ‘U-TOP MSI Detection Kit'의 유럽 CE를 받았다고 밝혔다. ‘U-TOP MSI Detection Kit'는 전세계 최초로 실시간중합효소연쇄반응 장치(Realtime-PCR)를 활용해 MSI를 빠르고 간편하게 진단 분석하는 진단키트로 고가의 분석장비를 사용해 번거로운 분석절차를 거쳐야 하는 기존 검사를 대체하는 제품이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올해 상반기 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시험을 마무리했으며 체외진단의료기기(3등급) 허가 및 신의료기술평가 통합 형태로 허가승인 절차를 진행해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이미 대장암 분류진단을 보조하는 시약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돼 판매 중이다.
현미부수체(microsatellite)는 인간의 전체 유전자 중 짧은 염기서열(10개 미만)이 여러번 반복되는 부위를 말한다. DNA를 복제할 때 이 구간에서 실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불일치 오류를 복구하는 단백질이 없거나 복제 오류를 바로잡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짧은 염기서열의 반복횟수가 정상보다 많거나 작아지는 현상을 현미부수체 불안전성(MSI)이라 한다. MSI는 대장암뿐 아니라 위암·자궁내막암·췌장암·유방암·갑상선 암 등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현미부수체 진단은 유전자 길이 변화를 검사해야 하는데다 5개 이상의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해야 해 제품화가 어려운 영역이었다. 기존 진단의 경우 중합효소연쇄반응을 통한 유전자 증폭 후 절편 분석으로 검사하는데 고가의 분석 장비, 번거로운 분석절차 등으로 병원에서 직접 분석하기 어려워 외부기관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선바이오는 DNA 염기서열의 길이 변화를 온도 변화로 감지하는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real-time PCR)로 MSI 불안정성을 판정하는 진단시약을 개발했다. 특히 이 제품은 현미부수체의 세부상태인 현미부수체의 세부 상태인 MSS (microsatellite stability), MSI-H (microsatellite instability-high), MSI-L (microsatellite instability-low)의 구별이 모두 가능한 진단 제품이다. 현미부수체 마커 중 민감도가 높은 Quasi 가이드라인의 5개 마커를 사용해 기존 MSI 절편분석과 동일한 결과의 도출이 가능하다.
박희경 대표는 “U-TOP MSI Detection Kit는 최초의 실시간중합효소연쇄반응장치를 사용하는 제품이며 식약처 허가를 받아 판매되는 최초의 현미부수체불안정성 진단 키트”라면서 "의료계의 난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고, 통합허가심사를 통한 조기 시장진출을 가능케 한 점에서 시선바이오의 기술사업화 역량을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시선바이오는 지난 5월 FDA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암의 발생 부위와 관계없이 특정 유전적 지표(바이오마커)를 가진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최초의 암 치료제로 승인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키트루다 처방을 결정하는 바이오마커 MSI를 진단할 수 있는 최초의 체외진단기기가 U-TOP MSI Detection Kit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고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또는 미스매치 수리 결함(mismatch repair deficient, dMMR) 특성을 보유한 성인 및 소아, 절제불가능 또는 전이성 고형종양'에 키트루다 처방이 가능하다. 고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을 동반한 종양은 보통 대장암, 자궁내막암, 위장관 암에서 주로 발견되지만 유방암, 전립선암, 방광암, 갑상선암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종양의 위치에 기반(Organ-centered)을 둔 적응증 분류의 경우 최초 발생한 암의 위치가 중요한 분류기준이기 때문에 단층촬영 등의 이미징 검사가 필수라면, 바이오마커에 기반을 둔 적응증 분류의 경우 바이오마커 종류에 따른 체외진단 검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면서 "앞으로 키트루다 등의 면역항암제 바이오마커시장을 연계해 기존 암 분류 진단 (대장암, 위암, 자궁내막암 등)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MSI 진단키트에만 머무르지 않고 암 환자의 치료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진단하는 제품을 지속해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위암과 관련한 EBV(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진단 키트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진단 및 항생제 내성 유전자 진단 제품을 개발 완료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