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신중한 경계(prudent vigilance)'
김현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말하는 미래 바이오 신기술의 규제 방향이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신기술을 불확실성을 이유로 무조건 금지하기 보다 철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 2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7 바이오 미래 포럼'에서 "미래 바이오 신기술의 고유한 성격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검토해 기존 규제와는 다른 규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같이 제안했다.
'규제(規制)'는 '행위의 틀을 정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금지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규제 합리화'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한 이유와 근거를 바탕으로 규칙을 조정하는 것이지만 '규제의 완화'로 이해한다. 이러한 규제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고 규제 철학을 정립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김 교수는 신기술(Emerging Technology)은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상태의 기술로서 많은 불확실성과 애매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신기술의 사회적 수용여부를 한정된 정보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오신기술은 규제기관의 승인, 사회적 수용 가능성, 건강보험의 보장 가능성까지 염두해 둬야 한다. 규제가 보건의료 R&D 정책 수립, 과제 선정, 집행 등 전 과정에 동행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생의료는 떠오르는 바이오신기술 중 하나다. 재생의료에 사용되는 제재나 물질은 장기. 조직, 세포 모두 화학합성의약품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취급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재생의료제재는 기존의 화학합성의약품과는 규제대상을 달리하며 나아가 의약품-의료기기 구분도 재검토돼야 한다. 결국 기존 규제로서는 바이오신기술을 품을 수 없다는 것. 김 교수는 "기존 규제를 고쳐 쓰는 것 보다는 원점에서 합리적 규제원칙에 따라 재검토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6년 국제줄기세포 학회가 정한 5가지 윤리원칙을 소개했다. 전문가가 리뷰해야 하고 규제의 증거를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위험과 이익을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장기간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부작용은 즉각적으로 보고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방식이 바로 신중한 경계(prudent vigilance)다.
김 교수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시도는 하되 제 3의 길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 all or nothing은 아니다"면서 "사회적 수용성 높이는 규제 모델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신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지고 위험을 인지하는 기술 개발도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의 방향은 '자율 규제'가 돼야 한다. 김 교수는 "새로운 기술의 속도를 규제가 따라갈 수 없기 때뮨에 규제의 일선은 연구자일 수밖에 없다. 자율규제모델을 만들고 정부는 자율규제 역량 갖출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사회적 수용성을 위한 기술영향평가 제도 도입, 민관 협력 규제모델로의 규제기관 개편, 사회적 공론의 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