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Benepali)가 유럽시장에서 오리지널 제품인 엔브렐(Enbrel) 시장을 잠식하며 급속히 점유율을 높여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시장 점유율 20%대에 첫 진입했는데 1분기만에 30%대를 돌파한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동등한 효능에 저렴한 가격, 편리성을 무기로 퍼스트무버(First mover)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30일 화이자와 바이오젠에 따르면 유럽에서 베네팔리와 엔브렐의 매출이 정반대의 추이를 보이고 있다. 베네팔리는 매출이 지속 상승하고 엔브렐은 감소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화이자와 바이오젠은 암젠이 개발한 엔브렐과 삼성바이오피스가 만든 베네팔리의 유럽 판권을 가진 회사다.
엔브렐은 종양괴사 인자(TNF-α)가 발현되는 것을 억제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크론병, 류마티스관절염 등을 적응증으로 갖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의 지난해 매출액 추정치는 9조원 안팎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6년 1월 유럽에서 베네팔리 판매허가를 받아 판매하고 있다.
엔브렐의 유럽 매출은 2016년 1분기 4억 8200만달러에서 2분기 5억 400만 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지속감소해 지난 2분기 3억 5000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와 올해 2분기를 비교하면 30%가량 매출이 급감했다.
반면 베네팔리는 유럽시장에 출시한 지난해 1분기 매출은 18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매분기 급격한 성장으로 올해 3분기 9920만 달러를 기록해 분기 1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에 따라 엔브렐 대비 베네팔리의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0.4%에서 4분기 11.1%를 기록하더니 올해 2분기는 20.2%까지 치솟았다.
2013년 유럽에서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아 올해 1분기 42%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 셀트리온 램시마(Remsima)의 길을 베네팔리가 따르고 있다. 경쟁자가 원개발사뿐인 퍼스트 바이오시밀러의 이점을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과 편리성을 앞세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네팔리는 펜 타입으로 출시돼 오리지널 품목에 비해 사용 편의성이 좋고 주사부위의 반응이 낮아 환자들의 선호가 높은 것으로 안다"면서 "특허만료 이후 엔브렐 처방이 감소되고 있음에도 베네팔리의 성장세 덕분에 전체 처방은 소폭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산도스 에렐지(Erelzi)가 유럽승인을 받아 판매에 돌입했지만 아직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도스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에렐지와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릭사손(Rixathon) 출시로 유럽 시장에서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추세를 이어받아 3분기에는 시장 점유율 30%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베네팔리가 올해 3분기 유럽 시장에서 35%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주요국가에서 상승세가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이자는 오는 31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발표를 통헤 엔브렐 매출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