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최근 국내제약기업들이 2개 이상의 성분으로 구성된 복합제 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제약사 입장에선 복합제는 신약보다 개발 난이도가 떨어질 뿐더러 기존에 없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환자들에게는 1개의 알약만으로 2개 이상의 제품을 복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복용 편의성이 제공된다. 복합제는 2개의 알약을 따로 먹는 것보다는 약값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게 제약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복합제 제품은 개별 성분을 따로 복용할 때보다 약값이 더 높은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네릭 시장에서는 저렴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복합제가 개별 약물을 따로 복용하는 것보다 항상 경제적인 효과를 제공하지는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자체개발 당뇨신약 ‘제미글로’와 고지혈증치료제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복합제 '제미로우'를 출시했다. 당뇨약과 고지혈증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환자들이 편리하게 한 알만 복용하면서 치료가 가능하도록 고안된 약물이다.
LG화학 측은 “제미로우의 가장 큰 장점은 복용의 편의성은 물론 저렴한 약가도 실현, 환자에게 경제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미로우는 구성 성분을 별도로 복용하는 것보다 약값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미로우는 제미글립틴50mg과 로수바스타틴5·10·20mg을 결합한 3종이 출시됐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재된 제미글립틴과 로수바스타틴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을 따로 복용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총 1100원(제미글로 800원+SK케미칼 ‘에스로틴5mg' 300원)의 약값이 발생한다. 제미로우50/5mg(800원)에 비해 27.3%를 더 비싸다는 계산이다.
마찬가지로 제미로우50/10mg과 제미로우50/20mg 역시 구성 성분 중 가장 싼 제품을 복용할 때보다 각각 13.3%, 10.9%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수바스타틴10mg과 20mg 모두 SK케미칼의 ‘에스로틴’(10mg 400원, 20mg 450원)이 가장 보험약가가 낮았다.
만약 개별 성분을 오리지널 제품으로 사용했을 때와 비교하면 약값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진다. 로수바스타틴의 오리지널 제품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다. 보험상한가는 5mg 346원, 10mg 612원, 20mg 686원이다. 크레스토5mg과 제미글로50mg를 각각 1개 복용할 때 약값은 1146원으로 제미로우5/50보다 30.2% 비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복합제가 약물을 따로 복용할 때보다 늘 경제적인 효과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제약사들이 많이 내놓은 고혈압복합제나 고혈압·고지혈증복합제는 복합제의 가격이 개별 약물의 총 약값보다 비싼 사례가 속출했다.
바이오스펙테이터는 국내제약사가 개발해 판매 중인 주요 고혈압·고지혈증복합제의 보험상한가와 구성 성분 단일제의 최저가를 비교했다. 예를 들어 ‘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복합제와 보험약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재된 암로디핀 최저가와 로수바스타틴의 최저가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LG화학의 ‘로바타틴’(로수바스타틴+발사르탄)은 구성 성분의 최저가 조합보다 최대 59.6%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로바티탄10/160mg(로수바스타틴10mg+발사르탄80mg)의 경우 보험상한가가 1137원으로 책정됐는데 구성 성분의 최저가는 400원(SK케미칼 에스로틴10mg), 427원(부광약품 부광발사르탄160mg)에 불과하다. 로바티탄의 나머지 용량 5개도 최저가 단일제를 별도로 복용할 때보다 28.8~59.2% 비쌌다.
유한양행의 ‘텔미사르탄+로수바스타틴’ 복합제 듀오웰도 단일제 최저가 조합과 비교시 약값이 최대 45.8% 높았다. 듀오웰 6종 모두 개별 약물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을 복용할 때보다 약값이 최소 5.4%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듀오웰과 같은 성분으로 구성된 일동약의 ‘텔로스톱’도 6개 용량 중 5종은 복합제가 최대 39.9% 비쌌고 1종(텔로스톱80/5mg)만이 단일제 최저가 조합보다 0.1% 저렴했다.
대웅제약의 ‘올로스타’(올메사르탄+로수바스타틴)은 7종 모두 단일제 최저가 합계보다 더 높은 약값을 부담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올로스타10/10mg의 경우 보험상한가는 889원이지만 단일제 최저가의 합계는 총 584원(명인제약 프리살탄10mg 184원+SK케미칼 에스로틴 400원)으로 복합제보다 305원 저렴했다.
한미약품의 ‘아모잘탄큐’(암로디핀+로사르탄+로수바스타틴)도 6종 중 4종은 단일제 3종의 최저가 조합보다 보험상한가가 높았다.
반면 보령제약의 고혈압신약 ‘카나브’와 고지혈증치료제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투베로’는 단일제 최저가 조합보다 약값을 최대 27.3%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다.
고혈압복합제에서도 복합제가 단일제 최저가 제품의 조합보다 비싼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종근당의 ‘텔미누보’(S암로디핀+텔미사르탄), CJ헬스케어의 ‘엑스원’(암로디핀+발사르탄), 동아에스티의 ‘오로살탄’(암로디핀+발사르탄) 등도 일부 용량을 제외하고는 단일제 최저가 조합이 비해 보험약가가 높게 책정됐다.
“복합제가 단일제를 따로 복용했을 때보다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제약사의 설명이 일부 사례에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다.
일부 의약품 시장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큰 폭으로 저렴한 제네릭 제품이 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현행 약가제도에서 복합제의 약가는 원칙적으로 구성 성분 개별 단일제 최고가의 53.55%의 단순 합으로 산정하도록 규정됐다. 단일제 최고가는 주로 오리지널 의약품이 국내 발매시 등재된 가격과 유사한 의미다.
예를 들어 A와 B를 결합해 복합제 C를 만들 경우 A의 최초 100원, B의 최초 등재약가가 100원이라고 가정하면, C의 보험상한가는 107.1원(53.55원+53.55원)을 넘을 수 없다. 현행 복제약(제네릭) 약가체계에서 제네릭이 발매된 오리지널 의약품이 종전의 53.55% 수준으로 최종 인하되는 것을 감안한 제도다. 복합제를 구성하는 2개 성분의 가격 합이 각각의 성분의 제품 가격을 더했을 때보다 높아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반영됐다.
복합제의 가격을 단일제 오리지널 제품의 합계와 비교하면 저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일부 제네릭 시장에서는 제약사들이 저가 제품을 내놓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구성 성분 중 최저가 단일제 제품과 비교하면 복합제가 더 비싼 경우가 속출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로수바스타틴10mg의 경우 최고가(크레스토10mg 612원)과 최저가(에스로틴 400원)는 보험약가가 50% 이상 격차가 난다. 발사르탄80mg은 최고가(발사르반80mg 525원)는 최저가(유니발탄80mg 314원)보다 67.2% 높게 책정됐다.
국내에서 제네릭은 최초 등재시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9%까지 약가를 받을 수 있고 1년 후에는 53.55%로 내려간다. 이는 상한가의 개념일 뿐 제약사가 자율적으로 더 낮은 수준으로 제네릭 가격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제네릭의 경쟁 과열로 초저가 제네릭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의료진과 환자들은 무조건 복합제가 단일제 복용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