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이 새로운 수익원(캐시카우) 발굴을 통해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나타냈다. 유한양행은 자체 개발 의약품의 성과를 내며 도입신약 의존도를 낮추는 분위기다. 한미약품은 다양한 신제품과 지속적인 기술료 유입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850억원으로 전년대비 11.7% 늘었고 영업이익은 782억원으로 12.0% 증가했다. 유한양행이 3분기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유한양행의 주요 제품 매출을 살펴보면 모처럼 자체 개발 의약품 성과가 두드러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듀오웰’이 3분기까지 121억원의 매출로 전년대비 32.8% 늘었고, 고지혈증치료제 ‘로수바미브’가 153억원으로 253.2% 상승했다.
지난 2015년 출시된 듀오웰은 고혈압치료제 ‘텔미사르탄’과 고지혈증치료제 ‘로수바스타틴’이 결합된 약물로 유한양행이 자체 임상시험을 통해 개발한 첫 복합신약이다. 듀오웰은 현재 유사 조합의 복합제가 봇물처럼 쏟아졌음에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출시된 로수바미브는 고지혈증치료제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로 구성된 복합제다. 로수바미브는 유한양행의 강력한 영업력을 앞세워 출시 2년째에 연 매출 100억원을 넘어셨다. 로수바미브는 알보젠코리아가 임상시험을 수행, 허가받은 약물로 알보젠이 유한양행에 공급한다.
로수바미브와 듀오웰이 선전으로 유한양행은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100억원’ 제품을 배출했다.
사실 그동안 유한양행은 높은 ‘남의 제품’ 의존도에 대해 부정적인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 길리어드, 화이자 등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신약으로 외형을 확대했다.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1174억원), 당뇨치료제 ‘트라젠타’(763억원),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562억원), HIV치료제 ‘스트리빌드’(120억원) 등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4개 제품이 3분기 누계 총 26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4개 제품의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 2587억원과 비교하면 더딘 성장세다. 자체개발 의약품의 가파른 성장세가 실적 개선을 견인한 셈이다.
유한양행은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이 23.8% 성장한 140억원어치 팔렸고 종합비타민 ‘삐콤씨’도 3분기까지 102억원의 매출로 전년대비 34.4% 증가하며 주력 일반의약품 제품들도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유한양행의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원료의약품 수출은 3분기 누계 2000억원을 돌파했다. 유한양행은 자회사 유한화학이 생산한 원료의약품을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 판매 중이다. 주로 다국적제약사가 판매 중인 신약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한미약품은 기술료와 자체개발 복합제가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미약품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계 매출액은 683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08억원으로 89.2% 증가했다. 지난해 사노피와의 기술이전 계약 변경으로 기술료 수익이 감소하면서 매출이 줄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사노피와 퀀텀프로젝트(당뇨약 3건)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금 4억유로(약 4800억원)를 받았다. 이때 한미약품은 2015년 사노피로부터 계약금 4억유로(약 4800억원)을 받았지만 2556억원을 회계 장부에 반영했고 나머지는 36개월 동안 분할 인식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지난해 말 한미약품은 지난해 말 일부 과제(지속형인슐린)의 권리를 되돌려받는 등 계약 수정을 통해 1억9600만유로(약 2350억원)을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로부터 받은 계약금 중 약 1600억원 가량(기반영 수익 2015년 2556억원, 2016년 1~3분기 639억원)을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 수정으로 1억9600만유로(약 2350억원)를 송금했다.
만약 사노피와의 기술 계약이 수정되지 않았다면 계약금 분할 인식으로 매달 60억 가량의 기술료 수익이 반영되지만 계약 수정으로 당초 예상됐던 기술료 수익의 공백이 발생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485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기록하며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분기부터 173억원, 163억원, 149억원 등 매분기 안정적으로 기술료 수익이 발생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제넨텍에 기술 이전한 RAF표적항암제(HM95573)의 계약금의 분할 인식으로 3분기 누계 약 270억원의 기술료 수익이 발생했다. 한미약품은 제넨텍으로부터 계약금 8000만달러와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 등에 성공할 경우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8억3000만달러(약 9100억원)를 순차적으로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한미약품은 이미 지난해 12월2일 제넨텍으로부터 계약금 8000만달러를 받았다. 당시 원달러 환율 기준 1173원을 적용하면 938억원이 입금된 셈이다. 한미약품은 계약금을 30개월간 분할 인식키로 했다. 2019년 상반기까지 매달 31억원 가량이 기술료 수익으로 반영된다는 의미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계약이 본격적으로 체결된 지난 2015년부터 총 5887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거뒀다. 기술료의 경우 전액 영업이익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회사 입장에선 큰 매력이다.
한미약품이 최근 내놓은 복합제 등 신제품이 내수 시장에서 선전을 나타냈다.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이 3분기 매출 16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2% 감소했지만 고지혈증복합제 ‘로수젯’이 104억원으로 49.6% 성장하며 새로운 간판제품으로 떠올랐다.
한미약품이 2015년말 출시한 로수젯은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로 구성된 고지혈증복합제다. 당초 에제티미브 성분의 물질특허는 지난해 4월 만료 예정이었지만 한미약품은 에제티미브에 대한 특허 사용권리를 특허권자인 MSD로부터 확보하며 경쟁사들보다 5개월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 영리한 전략을 구사했다. 경쟁사들보다 한발 빠른 시장 선점이 대형 제품의 발굴로 이어진 셈이다.
한미약품이 가장 먼저 내놓은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로벨리토’도 3분기에만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로벨리토는 고혈압치료제 '이베사탄'과 고지혈증치료제 '아토르바스타틴' 두 개의 성분으로 구성된 복합제다. 로벨리토는 한미약품과 사노피아벤티스가 공동으로 개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은 약물이다. 양사는 임상시험 단계부터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난 2013년 로벨리토의 개발에 성공했다.
발기부전치료제 ‘팔팔’(75억원)과 ‘구구’(55억원)가 3분기에만 130억원을 합작하며 제네릭 시장에서도 선전을 나타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4분기에는 한미약품 1등 브랜드인 ‘아모잘탄 패밀리’ 제품의 마케팅이 본격화 되고, 경쟁력 있는 신제품들에 대한 시장의 호평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녹십자는 3분기 누적 매출 9616억원과 영업이익 902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각각 9.7%, 29.9% 증가했다. 녹십자 측은 국내외 사업 호조와 효율적인 판매관리비 집행으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고 주력 제품인 독감백신과 혈액제제 부문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