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셀트리온이 미국 제약사 박스터에 자체개발한 바이오시밀러의 생산을 위탁한다. 바이오시밀러의 수요 증가에 따라 안정적인 공급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처음으로 다른 업체 공장에 생산을 의뢰한다. 설립 초기 글로벌 기업의 바이오의약품을 대신 생산해주면서 연구개발(R&D) 재원을 마련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셀트리온은 박스터의 위탁생산(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사업 부문 기업 박스터 바이오파마 솔루션(BPS, Baxter BioPharma Solutions)과 자사의 바이오시밀러 완제의약품에 대한 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측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라 미국 내 제품 공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박스터 바이오파마 솔루션과 이번 완제 CMO 계약을 맺었다”라고 설명했다.
램시마는 셀트리온의 첫 바이오시밀러 제품으로 얀센의 ‘레미케이드’가 오리지널 제품이다. 지난 2012년 7월 국내 허가를 받은 램시마는 2013년부터 유럽, 일본, 남미 등 70여개국에서 허가받았다. 지난해 말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회사에 따르면 램시마는 유럽에서 IMS헬스 자료 기준 46%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고 미국에서도 처방률을 높여가고 있다. 램시마의 미국 판매 파트너 화이자의 3분기 실적을 보면 램시마의 올해 누적 매출은 7400만달러(830억원)로 올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유력하다.
셀트리온은 박스터 바이오파마에 먼저 램시마의 완제생산을 위탁하고, 후발제품인 ‘트룩시마’와 ‘허쥬마’ 미국 승인 이후 양사간 협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위탁 품목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스터 바이오파마가 생산한 완제의약품은 미국 시장에 우선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을 다른 기업에 생산을 맡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셀트리온은 설립 초기 CMO를 시작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왔다. 셀트리온은 신약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일반적인 제약사들의 비즈니스 접근법과는 달리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통한 사업기반 구축(CMO사업)→자체제품 개발’이라는 전략을 추진했다.
다른 회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면서 초기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설비 운영 노하우, 품질관리 기술 등을 축적했다. 셀트리온은 CMO 사업을 통해 2007년부터 3년 동안 29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수입은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신약 등 자체 개발 개발을 위한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시작한지 15년 만에 바이오시밀러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로 자사 제품의 생산을 글로벌 기업에 위탁하는 입장으로 위상이 달라진 셈이다.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에 1공장(5만리터)와 2공장(9만리터)을 가동 중인데,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진출과 매출 확대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지속적인 세계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인천 송도 공장 증설]과 함께 완제 생산을 현지화하는 등 생산기지를 다변화함으로써 세계시장으로의 제품 공급 안정성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CMO 계약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오의약품 소비 시장인 미국에 생산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미국 내 수요에 한층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바이알, 프리필드시린지 등 완제 생산역량을 보유한 세계적인 CMO 전문 기업인 박스터 바이오파마와 장기적으로 협력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