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120년 역사의 국내 최장수 기업 동화약품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신약 개발을 천명하고 나섰다. 항생제 신약의 해외진출과 염증성장질환·항암제·천식 치료제 등의 개발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곳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내수 시장에서는 리베이트 사건 이후 재건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단계적인 성장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동화약품은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유가증권시장 중견기업 합동IR'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회사 비전을 밝혔다.
이날 동화약품은 합성신약(항생제, 혈액암), 천연물의약품(염증성장질환, 과민성방광증, 천식), 개량신약(유방암, 소염진통, 순환기, 중추신경계), 기능성원료(인지기능, 체지방, 아토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을 소개했다.
주요 신약 과제를 살펴보면 항생제 신약 ‘자보란테’의 적응증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을 동시 추진한다. 지난 2015년 국산신약 23호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자보란테는 ‘자보플록사신 D-아스파르트산염’을 주성분으로 하는 퀴놀론계 항생제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급성 악화’ 적응증을 승인받았지만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아직 국내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동화약품은 자보란테를 해외시장에서 지역사회획득성 폐렴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15년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의 임상3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동화약품은 기술이전을 통해 해외 파트너를 선정한 이후 FDA 임상시험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경구용으로 허가받은 자보란테를 주사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현재 수행 중이다.
자보란테의 국내 판권은 DKSH코리아가 보유 중이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DKSH 는 1887년에 창립된 디템켈러와 시바헤그너가 2002년도에 합병돼 DKSH 라는 이름으로 재탄생 된 다국적 기업이다. DKSH가 동남아시아에서 폭넓은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자보란테는 이미 임상3상을 거쳐 시판허가를 받은 약물이라는 점에서 안전성은 입증된 약물이다. 이는 적응증 확대가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럽과 북남미 등 다수 제약사와 기술이전을 협의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합성신약 부문에서 혈액암치료제 ‘DW1010'가 눈에 띈다. 이 제품은 혈액 또는 골수 속에 종양세포(백혈병 세포)가 출현하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을 치료하는 약물로 개발 중이며 현재 기초연구가 진행 중이다.
동화약품은 천연물의약품 분야에서 염증성장질환치료제 ‘DW2007’의 상업적 성공을 기대한다. 현재 국내 임상2a상시험이 진행 중인 DW2007은 2014년 경희대 약학대학으로부터 기술을 넘겨받은 물질이다. 염증성장질환(IBD, Inflammatory Bowel Diseas)은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장질환으로 북미와 북유럽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동양인 환자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DW2007은 항염작용과 면역균형, 장내세균 정상화 등 다중 약리기전을 통해 염증성장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현재 ‘메살라진’이 염증성장질환의 유일한 약물로 꼽히는데, DW2007은 다양한 동물 모델에서 메살라진보다 우월한 약효가 확인됐다. 동화약품 측은 “천연물은 흡수가 안돼 장내에 분포하는데 DW2007은 장내에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서 “염증성장질환치료제 시장은 크지 않지만 사용 약물이 제한적이어서 DW2007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자신했다. 동화약품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오는 2019년 1월까지 DW2007의 임상2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화약품이 유방암치료제로 개발 중인 ‘DW1018’은 ‘데시타빈’과 ‘파클리탁셀’ 등 기존에 사용 중인 2개 약물을 결합한 개량신약 후보물질이다. 암세포를 사멸하는 바이오마커 ‘RIP3’ 단백질이 유방암에서 우수한 효과가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항암제다. RIP3은 유방암환자 조직의 약 90%에서 정상조직에 비해 발현이 저하되는데, RIP3이 활성화되면 우수한 항암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DW1018은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로 선정돼 임상1b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글로벌제약사 및 중국 등 다수의 제약기업과 기술이전을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알레르기 천식치료제로 개발 중인 ‘DW2008’은 ‘작상’이라는 국내 자생 식물을 원료로 한 단일 성분의 천연물의약품이다. ‘TIGIT’라는 단백질 조절을 통래 항염증과 기도확장 효과가 기대되는 약물로 현재 전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DW2008은 기존 경구용 흡입제제의 복용편의성 문제와 항류코트리엔제제의 미진한 약효를 동시에 개선한 제품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동물실험에서 현재 천식치료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싱귤레어’ 대비 우수한 효과가 확인됐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DW2008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 과제로 선정됐으며 동화약품은 다수의 다국적제약사와 기술이전 협의를 진행 중이다.
동화약품이 적극적인 신약 개발을 자신하는 또 다른 이유는 ‘풍부한 실탄’이다. 동화약품은 현재 차입금이 전혀 없으며 지난 2분기말 기준 단기금융상품(260억원)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673억원이다. 시가총액 대비 현금성자산 비율은 26%에 달한다.
여기에 안양공장 부지 매각 대금 765억원을 다음주께 수취할 예정이다. 동화약품은 지난 2008년부터 안양공장 부지 매각을 추진했지만 계약 상대방의 중도금 및 잔금지급의무 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지됐고 지난 8월 아이에스동서에 850억원을 받고 부지를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금 85억원을 받은데 이어 765억원을 오는 12일까지 지급받기로 했다.
동화약품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중은 5%대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개발 중인 신약 과제가 대부분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많은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부지 매각 잔금이 유입되면 올해 말에는 약 1400억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풍부한 실탄을 활용, 향후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제휴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동화약품은 내수 시장에서도 신뢰도 구축을 통한 성장세를 낙관했다. 동화약품은 지난 2분기 매출액은 670억원을 기록하며 1897년 설립 이후 매출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간판 제품인 액상소화제 '활명수'는 지난해 536억원어치 팔리며 발매 이후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실 동화약품은 지난 2014년 말 50억원대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되며 처방 현장에서의 신뢰도가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통상 제약사들이 불법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되면 의료진들은 해당 업체 의약품의 처방을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윤리경영 정착 노력을 통해 최근 처방 시장에서 신뢰도를 회복하면서 다국적제약사와 연이어 업무제휴를 제결했다는 게 회사 측 평가다.
동화약품은 지난 2월 젠자임코리아와 유착방지제 ‘세프라필름’의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항혈전제 ‘플라빅스’의 국내 의원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지난달부터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 5종의 판매도 새롭게 시작했다. 사노피, 화이자, MSD, 레오파마, 다이이찌산쿄 등도 동화약품의 제휴 파트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최근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대폭 강화했고 다국적제약사로부터 투명경영을 인정받고 다양한 제휴를 체결했다.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후유증은 사라졌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