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인플릭시맙(Infliximab)의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모니터링 기술이 국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인플릭시맙을 정기적으로 투여받는 자가면역질환자의 혈액에 남아있는 약물 농도 및 항체 농도를 측정해 의료진으로 하여금 환자 상태에 맞춰 의약품 투여시기 및 용량을 조절하도록 돕는 제품이다. 신의료기술로 도입되면 인플릭시맙 처방 확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는 최근 '인플릭시맙 정량검사[효소면역측정법]'과 '항-인플릭시맙 정량검사[효소면역측정법]'을 접수받아 신의료기술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체액 내 효소의 활성을 촉매 반응을 이용하는 범용 면역진단장비인 엘라이자(ELISA)와 Theradiag사의 시약 LISA-TRACKER를 활용해 환자의 혈액에 남아있는 인플릭시맙의 농도와 항체 농도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해외기업들과 국내 셀트리온이 측정법을 개발하고 있는데 신청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는 "신의료기술로 지정되면 신청자와 무관하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공개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의료기술평가는 국내 의료기관 등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해당 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통해 신의료기술로 지정받으면 의료기관에서 비급여로 활용이 가능하며 이후 경제성평가를 통해 시장 확산을 위한 건강보험 진입도 노릴 수 있다. 최근에는 체외진단기업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묵허가와 신의료기술 지정을 모두 받아야 시장 진입이 가능한 점을 두고 이중규제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인플릭시맙은 키메릭 단클론항체(chimeric monoclonal antibody)가 TNFα와 결합해 염증상태에 관여하는 TNFα의 작용을 차단하는 항-TNFα(anti-TNFα) 계열의 대표적 바이오의약품으로 원개발품인 존슨앤드존스(J&J)의 레미케이드와 바이오시밀러인 셀트리온의 램시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유럽명 플릭사비)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을 적응증으로 갖고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치료 중 인플릭시맙에 대한 항체를 생성해 항-TNFα의 혈액 내 수치가 감소되면서 병증(disease symptoms)이 재발하거나 악화되기도 한다. 이번 인플릭시맙 모니터링 기술은 의사가 환자 혈액 내의 항-인플릭시맙 항체(anti-Infliximab)의 수치를 모니터링해 치료전략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혈액 내 인플릭시맙 농도를 측정해 투약 시기를 결정하는데도 효과적이다.
과학적 근거를 보여주는 연구는 다양하다. 지난해 6월에 유럽류마티스학회(European League Against Rheumatism; EULAR)에서 공개한 스페인 라 파즈 대학교(La Paz university) 병원의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치료 초기, 항체 농도가 높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군이 치료 진행 후 측정 시점에서 낮은 치료 반응성과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환자의 혈중 항체 농도와 항 TNFα 치료제의 농도 간의 상관관계가 있으며, 이는 환자의 치료 예후를 영향을 줄 수 있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수행한 사마이다 플라센시아(Chamaida Plasencia) 교수는 “치료제 모니터링은 TNF억제제와 같은 바이오의약품을 사용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자들에게 아주 중요하다”며 “항체 농도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들이 치료약물의 빠른 제거(drug clearance)와 관련이 있고 TNF억제제의 혈중 최저치는 치료 효과와 아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소개된 대한장연구학회 IBD 연구회의 궤양성 대장염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판에서는 인플릭시맙의 치료적 약물 모니터링을 권고했다.
국내에서는 인플릭시맙이 약 5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IMS헬스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레미케이드는 363억원, 램시마는 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번 인플릭시맙 모니터링 기술이 국내에 상용화되면 환자에서 약물 투여 용량의 변경, 다른 항TNF 제제로의 변경 등 치료방침의 결정에 도움을 줘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신의료기술 신청업체측은 "의사에게는 치료전략 수립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하고, 환자에게는 부작용 감소, 치료비용 절감 등의 혜택을, 그리고 정부에는 인플릭시맙 치료 환자에게 지원하는 요양급여에 따른 총 의료비용의 절감 효과를 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