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녹십자셀이 자체개발 면역항암제 ‘이뮨셀엘씨’의 가파른 성장세를 앞세워 사상 최대 실적을 예약했다. 모기업으로부터 세포치료제 사업의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자립 경영이 빠른 속도로 본 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녹십자셀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1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74.5% 늘었고 매출액은 56억원으로 85.2%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38억원과 27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54.7%, 90.4%의 고성장을 나타냈다. 또 지난해 매출액(119억원)과 영업이익(17억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과거 들쭉날쭉했던 실적을 보였던 때와는 달리 매년 가파른 실적 상승을 기록 중이다.
녹십자셀이 자체개발한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의 처방이 급증한 효과다.
이뮨셀엘씨는 올해 3분기 누계 134억원의 매출로 전년동기(85억원)보다 58.0% 늘었다. 지난해 매출 113억원보다 18.7% 많은 수치다. 5년 전인 2012년 매출(9억원)보다 무려 15배 가량 성장했다.
녹십자셀의 전신인 이노셀이 개발한 이뮨셀엘씨는 면역세포치료제로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면서 암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기존의 항암제와는 달리 자신의 혈액을 원료로 2주간의 특수한 배양과정을 거쳐 항암기능이 극대화된 강력한 면역세포로 제조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이다.
사실 녹십자셀은 녹십자에 인수되기 전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녹십자셀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총 13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매출 규모에 근접한 125억원에 달했다. 이뮨셀엘씨의 효능 검증을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매출 상승세는 더뎠다.
녹십자가 녹십자셀의 인수를 계기로 이뮨셀엘씨의 판매에 나선 이후 시장에서 즉각 효과가 나타났다. 이뮨셀엘씨의 매출은 2012년 9억원에서 2013년 15억원, 2014년 41억원, 2015년 101억원, 2016년 113억원으로 매년 수직 상승했다.
이뮨셀엘씨의 급성장으로 녹십자셀의 실적도 안정화했다. 이미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만으로 창립 이후 연간 신기록을 예약했다.
특히 올해에는 녹십자셀이 이뮨셀엘씨를 직접 판매하는 ‘자립 경영’을 시도하는 첫 해라는 점에서 실적 향상은 의미가 크다.
녹십자셀은 지난 2월 녹십자와 CT(Cell therapy) 영업 양수 계약을 체결, 이뮨셀엘씨의 영업권을 79억원에 사들였다.
녹십자셀은 안정적인 실적을 내며 회사 경영이 개선되자, 모기업으로부터 세포치료제 사업의 영업권을 인수했다. 자체 개발한 주력 제품을 생산부터 판매를 모두 담당하는 본격적인 ‘자립 경영’을 시도하는 셈이다.
녹십자에서 이뮨셀엘씨의 영업을 담당했던 인력 10여명도 녹십자셀로 편입되면서 처방 공백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직접 영업을 진행하면서 녹십자에 일정 비율 떼 주던 마진이 없어지면서 수익성도 개선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뮨셀엘씨의 처방건수는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었지만 매출 상승폭은 이보다 큰 이유다.
녹십자셀은 이뮨셀엘씨가 간암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임상3상시험 결과를 2015년 5월 소화기학 최고 권위의 SCI급 학술지 ‘가스트로엔테롤로지(Gastroenterology)’에 발표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녹십자셀은 2016년 9월 췌장암, 간암에 이어 악성 뇌종양(교모세포종)에 대한 이뮨셀-엘씨의 3번째 논문을 종양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Oncotarget’에 발표하며 이뮨셀엘씨의 사용 범위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
녹십자셀은 이뮨셀엘씨를 사용한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함에 따라 향후 처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경쟁성평가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 진입을 타진할 계획이다.
녹십자셀 관계자는 “이뮨셀엘씨의 사용 경험이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경제성평가 결과에 따라 건강보험 등재 추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