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한미약품의 ‘비아그라’ 제네릭 ‘팔팔’이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2배 가량 많은 매출을 기록하며 ‘복제약 신화’를 이어갔다. 뒤늦게 비아그라 시장에 진입한 종근당의 약진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11일 의약품 조사기관 IMS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한미약품의 ‘팔팔’이 가장 많은 5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20.8% 증가하며 상승세를 지속했다.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은 15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9% 늘었다.
3분기 팔팔의 매출은 발기부전치료제 2위 ‘비아그라’(27억원)보다 96.4% 높은 수치다. 제네릭 제품이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2배 가량 많은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에서도 팔팔은 비아그라(80억원)를 90% 이상 앞섰다. 제네릭 제품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을 앞서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다. 오리지널 제품의 시장 철수와 같은 변수가 없는데도 제네릭이 '더블스코어' 차이로 앞서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지난 2012년 발매된 팔팔은 2013년 2분기부터 비아그라를 제쳤다. 팔팔은 이후 단 한번도 비아그라에 추월을 허용하지 않으며 매출 격차를 점차적으로 더 벌리며 전체 시장을 주도했다. 팔팔의 판매 가격이 비아그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처방량은 4배 이상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저가전략이 주효했다. 한미약품은 팔팔을 내놓으면서 비아그라의 20~30% 수준에서 판매 가격을 책정했고 팔팔을 간판 제품을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마케팅 역량을 집중했다.
한미약품과 함께 비아그라의 특허를 무효화한 CJ헬스케어가 시장에서 철수한 것과 대비된다.
당초 비아그라의 물질특허는 2012년 5월17일 만료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아그라의 개발사인 화이자는 비아그라를 발기부전치료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용도특허'가 국내에서는 2014년까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CJ헬스케어(당시 CJ제일제당)는 지난 2011년 5월 비아그라의 용도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며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또 비아그라의 용도특허에 대한 권리범위 확인 심판도 청구했다. 이후 한미약품이 특허소송에 가세했으며 특허심판원은 2012년 5월 비아그라의 용도 특허 무효를 결정했다. 하지만 CJ헬스케어는 지난해 말 매출 부진을 이유로 비아그라 제네릭 ‘헤라그라’의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결과적으로 CJ헬스케어와 한미약품이 동시에 비아그라의 특허를 무력화하는데 성공했지만 한미약품은 시장에서 오리지널을 제치고 독주체제를 구축한 반면 CJ헬스케어는 아무런 소득 없이 퇴장한 셈이 됐다. 제네릭 성패의 가장 큰 요인인 ‘시장 선점’을 갖추고도 효과적인 영업 전략이 동반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종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종근당의 ‘시알리스’ 제네릭 ‘센돔’은 올해 3분기 매출 21억원으로 전체 발기부전치료제 중 4위로 올라섰다. 지난 2015년 9월 시알리스의 특허 만료 이후 국내제약사 60여곳이 제네릭 제품을 발매했는데, 이중 센돔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종근당의 비아그라 제네릭 ‘센글라’가 3분기 9억원의 매출로 10위권 이내에 들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경쟁업체들보다 5년 늦게 비아그라 시장을 두드렸는데도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2012년 국내업체들이 무더기로 비아그라 시장을 두드렸을 때 종근당은 이 시장을 외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 2007년부터 바이엘과 업무 제휴 계약을 맺고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를 ‘야일라’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고 있어서다.
종근당은 야일라를 판매하는 동안 유사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계약에 묶여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은 진출하지 못했다. 종근당과 바이엘의 레비트라 공동 판매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종근당은 바이엘과의 판매 제휴를 청산했고 시알리스 제네릭 시장을 두드렸다. 종근당은 시알리스 시장에서 성과를 내자 뒤늦게 비아그라 시장에도 진입했다. 한미약품이 ‘팔팔’과 ‘구구’ 라인업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처럼 종근당도 ‘센돔-센글라’의 ‘쌍끌이’ 전략으로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발기부전치료제 중 신약 제품들은 제네릭의 집중 견제로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때 분기 매출 60억원대를 형성하며 전체 시장 1위를 유지했던 시알리스는 지난 3분기 매출이 21억원에 그쳤다. SK케미칼의 ‘엠빅스S',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 등 국산 신약들도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제네릭 제품 등장 이후 매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