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70%의 민감도와 99%의 특이도로 혈액에서 8가지 대표적인 암을 동시에 진단하고 암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액체생검(liquid biopsy)을 통해 쉽고 간편하게 여러가지 암을 진단하는 일이 곧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존스홉킨스 보겔슈타인(Bert Vogelstein)과 니콜라스 파파도풀로스(Nickolas Papadopoulos)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혈액을 통해 동시에 8가지 암 유형(난소암, 간암, 위암, 췌장암, 식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을 진단하는 다중혈액검사 방법인 ‘CancerSEEK’을 개발해 지난 18일 국제 학술지 ‘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CancerSEEK 검사 결과, 8종의 다양한 암을 진단하는데 전반적으로 70% 민감도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특히, 연구진은 초기 단계의 암 진단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조직으로 전이되지 않은 1~3기 단계에 해당하는 8종의 암 환자 1005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수행했다. CancerSEEK은 8개의 순환 단백질 수준(level)과 16가지 암 유전자 돌연변이의 존재여부를 통해 이를 검사했다.
현재 암 진단법이 없는 5가지 암(난소암, 간암, 위암, 췌장암, 식도암)에서는 69~98%의 민감도를 보였다. 특이도는 99% 이상으로 812명의 건강한 대조군 가운데 7명 만이 위양성(false positive) 결과를 얻었다. 위양성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침습적 암 검사 과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높은 특이도는 중요한 부분이다. CancerSEEK은 높은 민감도와 함께 위양성의 위험은 낮춰 특이도를 높였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번 연구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CancerSEEK로 조기진단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분석결과, 암 환자의 가장 일반적인 단계에 해당하는 2기 암 환자에서의 민감도는 73%, 3기 암 환자에서는 78%, 1기 단계에서는 43%를 나타냈다. 초기단계인 1기 암 환자 중에서도 간암에 대한 민감도는 100%로 가장 높았고, 식도암은 20%로 가장 낮았다.
암 조기진단은 암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는 분야다. 일찍 암을 발견해 최적의 방법으로 암을 치료한다면 치료 가능성도 커지고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연구는 종양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도 새롭다. 그동안 액체생검의 한계점으로 꼽히는 점 중 하나는 양성 진단을 받은 환자의 암 유형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임상 후속 처치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양성결과를 보인 환자에서 암 유형을 예측하기 위해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시켰다. 환자의 성별에 따른 순환종양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와 39가지 단백질 바이오마커와의 관계를 고려해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이 알고리즘을 통해 임상정보를 제공하지 않고도 CancerSEEK 검사에서 양성을 보인 환자의 83%에서 2개의 해부학적 위치에 암의 출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었다. 또한 63%의 환자에서 종양이 처음 발생한 장기(organ)을 찾아냈다. 예측 정확도는 암 유형에 따라 달랐는데 췌장암에서 가장 높았고, 폐암에서 가장 낮았다. 다양한 DNA 돌연변이와 단백질 수준을 함께 결합시켜 보면서 암 유형을 예측한 것이다.
현재 혈액으로 암을 검사하는 방법으로는 전립선 특이항원(PSA, prostate specific antigen)을 측정하는 방법이 유일하게 전립선암 스크리닝에 사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논쟁이 많다. 일반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 유방 조영술, 자궁경부 세포검사 방법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혈액검사 법은 아니다.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혈액에서 한번에 8가지 유형의 암을 스크리닝할수 있는 CancerSEEK 진단법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번 연구결과로 향후 암 진단 측정 과정이 편리하고 쉬워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액체생검을 통해 암의 초기단계를 진단하는 조기진단법으로 사용되기까지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건강한 일반인 대상 코호트가 아닌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향후 일반인 대상으로 추적 조사를 통해 암 진단 예측도를 확인해보는 연구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니콜라스 파파도풀로스(Nickolas Papadopoulos) 존스홉킨스 박사는 “CancerSEEK은 특정 바이오마커 조합을 통해 암 조기진단을 위한 스크리닝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CancerSEEK의 검사비용은 500달러 정도로 예상되며, 대장 내시경 검사 또는 단일 암 진단법과 비슷한 가격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