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효과 좋고 안전한 비만약은 없을까’ 매년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수많은 이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특히 지난 2010년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던 ‘시부트라민’ 성분 제품들이 퇴출되면서 그 빈자리를 물려받으려는 제약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치료제보다 안전하고 효과가 우수한 수입 신약들이 국내 시장에 속속 진입하면서 시장은 다시 팽창할 조짐이다.
24일 동아에스티는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만치료제 ‘콘트라브’의 국내 영업을 공식화했다.
콘트라브는 미국 바이오업체 오렉시젠이 개발한 약물로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환자의 체중조절에 사용되는 비만치료제다.
광동제약이 콘트라브의 국내 판권을 확보한 이후 2016년 6월 출시해고 최근 동아에스티가 국내 영업에 가세했다. 광동제약과 동아에스티가 콘트라브의 영업을 공동으로 담당하고 국내 유통은 동아에스티가 전담하는 방식이다. 수입의약품을 두고 국내업체 2곳이 공동으로 판매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동아에스티 측은 “콘트라브의 잠재된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 국내 영업에 뛰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콘트라브가 현재 미국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콘트라브는 자율신경제제 식욕억제제로 '날트렉손'과 '부프로피온'을 결합한 복합제다. 부프로피온이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해서 시상하부의 POMC 뉴런을 자극하면 식욕이 억제된다. 이 자극을 지속시키기 위해 날트렉손이 POMC의 자가억제 기능을 차단해 식욕억제가 효과적으로 지속되는 원리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는 “콘트라브는 식욕과 식탐을 억제하는 유일한 비향정신성의약품 비만치료제다”라고 소개했다.
콘트라브는 40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4건의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56주간 최소 8.1kg에서 최대 11.5kg의 유의한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주요 임상자료를 요약하면 콘트라브 복용군은 4주차부터 유의적인 체중감량이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28~40주에 최대 체중감량이 관찰됐고 장기간 체중감량이 유지되는 일관된 결과를 나타냈다.
콘트라브는 임상연구에서 위약 대비 유의적인 허리둘레 감소, 공복 TG 감소, 공복 HDL-콜레스테롤 증가 등의 효과도 확인됐다.
동아에스티 측은 콘트라브가 비향정신성의약품일뿐더러 장기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많이 팔리는 향정신성의약품 ‘펜터민’과 ‘펜디펜트라진’은 12주까지 처방이 가능하다.
신유석 동아에스티 상무는 “큰트라브는 단기간 사용하는 식욕억제제가 아닌 6개월 이상 장기간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다”면서 “5월부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실시되면서 향정신성의약품 관리가 강호되는데, 비향정신성 의약품이면서 식욕과 식탐까지 조절할 수 있는 콘트라브가 효과적인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에스티가 비만치료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국내 시장도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하는 시선이 많다.
이미 일동제약이 ‘벨빅’을 내놓으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5년 2월 국내 허가를 받은 벨빅은 일동제약이 미국 아레나제약으로부터 도입한 비만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13년만에 체중조절제로 승인받은 신약이다.
의약품 조사 기관 IQVI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벨빅은 9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웅제약의 ‘디에타민’(성분명 염산펜터민), 알보젠코리아의 ‘푸링’(성분명 펜디메트라진타르타르산염)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벨빅은 2016년 156억원의 매출로 국내에서 팔리는 비만치료제 중 유일하게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벨빅은 식욕과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이는 약물이다.
3182명의 비만환자(BMI 30kg/m2이상)를 대상으로 2년간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임상시험 1년 후 5%이상 체중 감량한 환자는 벨빅 투약군이 47.5%로 위약(20.3%)대비 우수했고 2년간 장기복용한 경우 체중감량 유지율은 67.9%에 달했다. 벨빅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됐지만 장기 처방이 가능하다.
벨빅의 등장으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도 모처럼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비만치료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시부트라민’(오리지널 의약품 리덕틸) 성분 약물의 퇴출 이후 전체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위축된 이후 점차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한 때 식욕을 억제하는 ‘시부트라민’ 제제가 가장 많이 팔리며 시장을 주도했지만 지난 2010년 심혈관 부작용 위험성을 이유로 퇴출되면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장기간 부진에 빠졌다.
지난 2010년 1월 유럽의약품청(EMEA)이 애보트가 진행한 한 연구를 토대로 시부트라민 성분 비만약이 '유익성보다 위해성이 크다'는 이유로 판매중단을 결정하면서 시부트라민의 비극이 촉발됐다. 2003년부터 98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덕틸을 복용한 환자중 11.4%에서 심장발작 등 심장관련 위험성이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국내에서도 이 약에 대해 처방 자제 경고를 내렸지만 시장에는 잔류토록 허용했다. 하지만 2010년 10월 미국 FDA가 "시부트라민의 유익성이 위험성을 앞선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판매중단을 결정하자 국내에서도 이 약물은 판매가 금지됐다.
IQVIA의 분기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를 보면 2009년 2분기 282억원에서 시부트라민의 퇴출 이후 2011년 1분기에는 119억원으로 절반 이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시부트라민의 공백 만큼 시장 규모도 축소된 것이다.
시부트라민의 퇴촐 이후 기존에 팔리는 비만치료제가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로슈의 ‘제니칼’이 대표 제품인 지방분해억제제는 음식물 섭취 후 둔부에 저장될 지방이 장을 통해 배설되는 효과가 있지만 배변증가와 지용성 비타민제의 추가복용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고지방보다는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국내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시선도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팬터민’, ‘펜디펜트라진’ 등은 환각, 우울감과 같은 부작용을 이유로 정부에서도 처방 자제를 촉구하는 약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벨빅은 등장하자마자 시장 1위로 올라섰고, 지난해 3분기 전체 시장 규모는 시부트라민 퇴출 이전에 근접한 250억원까지 반등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벨빅이 임상연구에서 검증된 효과를 기반으로 의료진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축적되면서 처방 현장에서 평가가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안전하고 효과좋은 비만치료제’를 갈망하는 수요가 많다는 점이 시장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비만치료제는 여름철인 매년 2ㆍ3분기에 수요가 급증하는 패턴을 반복하는데, 동아에스티가 콘트라브의 영업에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올해 시장 규모는 더욱 팽창할 가능성도 크다. 광동제약이 독자 판매했던 콘트라브는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이 35억원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남긴 바 있다.
물론 벨빅과 콘트라브가 장수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 뿐만 아니라 처방현장에서 안전성도 입증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콘트라브는 구역, 변비, 두통, 구토, 어지러움 등의 이상반응이 보고됐고 자살충동 및 우울증을 모니터링하도록 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콘트라브의 구성 성분 중 부프로피온이 항우울제로 사용되면서 어린 환자에서 자살에 대한 생각 및 행동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이유에서다.
벨빅은 복용 환자에서 구역, 설사, 변비, 구갈, 구토 등의 이상반응이 보고됐다는 내용이 허가사항에 명시됐다.
기존치료제들의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종근당은 로슈로부터 제니칼의 허가권을 넘겨받고 국내에서 영업을 진행 중이며 한미약품, 휴온스, 알보젠코리아, 안국약품 등이 제니칼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