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올해 초 미국 첨단산업·스타트업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 빅뉴스가 나왔다.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 등을 육성한 세계 최초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와이 콤비네이터(Y-Combinator)가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건강수명, 노화 관련 질병 분야)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바이오산업은 자본 투자 규모·기간 대비 회수의 어려움 등으로 인큐베이터가 아닌 액셀러레이터, 특히 민간 액셀러레이터의 생존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와이 콤비네이터의 이번 선택은 글로벌 미래 산업의 중심축이 될 바이오산업을 향한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놀랍게도 국내에 와이 콤비네이터에 앞서 민간 바이오헬스케어 액셀러레이터 분야에 뛰어든 그룹이 있다. 2014년 문을 연 액트너랩이 그 주인공이다. 같은 해 바이오투자를 시작한 아일랜드 액셀러레이터 '레벨바이오' 등과 함께 세계 최초 민간 바이오 액셀러레이터 그룹에 속한다. 미국에서 스타트업 창업 경험을 가진 조인제 대표(법학) 바이오분야 전문가 조훈제(화학) 공동대표, 김준근(약학) 파트너가 의기투합했다. 3년만에 약 50여개의 기업(바이오·IT 포함)의 창업을 도왔다. 미국의 'Founder's Space'나 'LabⅨ', 중국 ‘중관촌동승과기원’ 등 수십개의 해외기관(액셀러레이터)들과도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고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조인제 대표는 주변에서 '무모하다'고 평가한 바이오 액셀러레이터에서 국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봤다. 조 대표는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정부가 바이오분야 인력과 연구에 투자한 성과가 이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할때가 됐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창업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액트너랩은 미국 현지에 진출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한편 현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큰 꿈을 올해부터 본격 펼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지금까지 창업한 팀이 액트너랩의 최대 재산이자 가장 큰 무기"라면서 "이들과 함께 펀드를 조성해 후배 기업가를 육성하는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조 대표는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에 대해서는 '묻지마 투자'를 민간에 대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한템포 빠른 투자'를 주문하기도 했다.
조인제 액트너랩 대표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엮었다.
-국내 최초 민간 바이오헬스케어 액셀러레이터 '액트너랩'을 창업한 계기는
▲과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IT회사를 창업했고 동부에서는 의료기기(medical device) 분야 스타트업 일을 했다. 구글 애플이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을 소리소문없이 사들이며 새로운 산업을 모색하는 것을 보며 스타트업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싶었다. 초기에는 바이오분야(메디칼)와 AI·IOT(사물인터넷) 분야를 두축으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를 준비했지만 추진 과정에서 바이오 분야 인재들이 주축이 됐고 국내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의 미래 전망을 보고 이 분야에 집중하게 됐다. 액트너랩은 2014년 6월에 중소기업청(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획사(2014년 가을에 TIPS프로그램에 통합)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액셀러레이터 업무를 시작했다. 2014년 가을부터 유망스타트업에 대한 발굴 선정 작업을 했는데 2015년 1월부터 바이오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해 최초의 민간투자기관의 타이틀을 얻었다.
-국내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의료·바이오 분야에 우수한 인력의 쏠림 현상이 계속돼 왔기에 미래 경쟁력이 여기에 모여 있다. 80년대 학번부터 해외 좋은 학교에서 유학을 한 인재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또한 정부는 BK21 등 각종 과제를 통해 바이오R&D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연구인력의 국제화와 국제 경쟁력이 갖춰졌다. 지난 20년 이상 투자를 했던 결과가 나오기 시작할때다. 앞으로 엄청난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
-액트너랩이 짧은 기간에 50여개를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첫번째는 대한민국의 창업 열풍이 있었다. 이전 정권에서 시작했고 현 정권에서 더 잘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액트너랩의 네트워크(국내 병원, 대학)를 통해 좋은 창업팀이 쉽게 연결됐다. 현재도 50여개 창업팀이 인큐베이팅을 받으면서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투자한 50여개에 포함해서 100여개가 주변에 있는 것이다. 세번째는 액트너랩을 통해 창업한 회사들이 다른 창업자를 소개하면서 많은 기업이 연결됐다. 창업팀은 액트너랩의 최대 재산이자 가장 큰 무기다. 이 창업팀의 네트워크가 앞으로 무한대로 확장되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기반의 창업팀을 찾는다. 특히 도전정신, 열정, 배려라는 좋은 기업가 정신을 가진 팀을 원한다. 사소한 단점은 서로 보완하면 된다.
-액트너랩이 수행한 성공적인 창업 및 육성 사례는
▲2017년말 KDB 산업은행의 벤처투자 플랫폼인 넥스트 라운드 100회 기념행사에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유전자가위 기술 스타트업 두 개가 소개됐는데 '지플러스 생명과학'과 '라트바이오'다. 또한 비슷한 시기 ‘2017 최고의 팁스’ 선발대회가 있었는데 '이오플로우'가 대상을 받았다. 모두 액트너랩이 초기 투자하고 육성한 스타트업이다. 인슐린 펌프를 통해 인공췌장 개발에 도전하는 이오플로우(대표 김재진)는 액트너랩을 만나 시드투자를 받고 본격적인 개발을 진행하게 됐다. 이오플로우의 핵심 기술인 전기삼투압 기술에 대해 투자자가 이해하지 못할때 관련 분야를 연구한 조훈제 공동대표가 결합해 도움을 줬다.
지플러스 생명과학은 유전자가위 관련 원천 특허 이슈가 있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유전자가위는 원천특허보다는 애플리케이션 특허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투자를 결정했다. 최성화 교수의 아이디어와 실행능력이 전세계 탑 수준이라고 판단해 고민없이 시작했다. 외과용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메디튤립은 강민웅 대표(충남대병원 교수)가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고 도전정신이 뛰어났지만 창업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계속 만나 대화하면서 창업을 결정하게 된 사례다. 초기 미국 특허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특허를 보완해 결국 강력한 특허를 확보했다.
-액트너랩의 비전과 해외진출 계획은
▲ 첫째는 연간 20~30개 스타트업의 시드투자를 도와주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잘하는게 기본이다. 두번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큰 규모의 글로벌 펀드를 만들어 창업한지 1~2년된 초기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해 보고 싶다. 신기술이 처음 나왔을때 저렴한 비용으로 선점한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반기 미국 동부에 거점 센터를 설치하고 현지 대학 교수, 엔지니어, 투자전문가들과 연대해 보다 공격적으로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현지에서 창업팀을 발굴하고 괜찮은 팀은 국내에 유치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 미국 병원 등이 보유한 좋은 특허를 발굴해 사업화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서울, 오송, 미국 거점(3곳)을 통해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을 하고 싶다.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성장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정부는 '묻지마 투자'를 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인력에 대한 투자다. 우수한 인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는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소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모태펀드 역시 지금 재원보다 최소한 3배 이상은 늘려야 한다. 2000년대 전후 벤처거품을 걱정하지만 거품을 통제 못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중복투자 역시 지나치게 걸러내면 안된다. 1~2년 빨리 간 기업이 못한 일을 다음기업이 해내는 경우가 있다. 중복되더라도 실력있는 팀에게 R&D를 지원해야 한다. 2000년 전후 '묻지마 투자'로 많은 벤처기업이 만들어졌다. 이때 창업한 기업들이 국내 산업의 주축으로 성장해 있다. 이들의 시총(매출)을 모두 합하면 국내 대기업보다 크다. 투자한 돈이 밖으로 빠져나가지만 않고 국내에서 돌기만 한다면 묻지마 투자는 용인해야 한다.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성장을 위한 민간의 노력은
▲국내 기업들은 우물안 개구리다. 민간 연구기관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을 보면 장기적인 연구는 하지 않는다. 특히 제약회사들은 보수화돼 있고 관료화돼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연구자들이다.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고 한다. 이를 빨리 탈피하지 못하면 국내에 기존 회사들은 앞으로도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 것이다. 셀트리온 한 회사의 시총이 제약회사 전체 시총 합친 것보다 높다. 이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 투자기관들도 선제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좋은 창업팀도 돈이 늦게 들어가면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깨진다. 빨리 투자하면 거짓말같이 성장한다. 투자는 무모하게 한템포 빠르게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