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취임 11개월만에 사임했다. “국회의원 재직시 입법활동이 업무관련성이 있다”며 취업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키로 했다.
2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원 회장이 이날 개최된 긴급 이사장단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앞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원 회장의 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취임에 대해 취업제한 결정을 내렸다.
2008년 국회의원 시절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하는 등 당시 입법활동이 협회외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 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4년 동안 옛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원 회장이 대표 발의한 제약산업 육성ㆍ지원 특별법은 제약기업들의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특별법을 근거로 보건복지부는 5년 마다 제약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혁신형제약기업 지원 제도도 시행됐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제한 결정에 대해 원 회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추가 소명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협회가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2017년 3월 회장 취임일로부터 9년 전에 발의했고 6년 전(2011년) 제정된 법이 취업제한의 이유가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지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는 그렇게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제약산업 육성·지원 특별법이 원 회장의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원 회장은 선을 그었다.
원 회장은 “특별법의 발의와 제정을 주도했다는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취임에도 특별법의 발의와 제정이 하나의 이유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특별법 발의 이후 제정까지 대한민국 제약산업에 대한 많은 고민과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됐고 그 고민과 이해의 경험이 대내외적으로 제약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협회 회장의 직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저를 부른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원 회장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을 검토했지만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사임을 결정했다.
원 회장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의 법리적 다툼은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항상 정부를 상대로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면서 “사업자 단체의 수장이 정부 결정에 불복해 다툼을 벌이는 것은 어떤 경우에서건 그 단체에 이롭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이로써 원 회장은 지난해 3월 21대 제약바이오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11개월만에 협회를 떠나게 됐다. 당초 임기는 2019년 2월까지다.
원 회장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결정을 수용하는 지금 이 순간 이후 저는 협회를 떠난다”면서 “협회 회장에 취임하기 전에도, 취임 이후에도, 그리고 그만둔 뒤에도 약업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원회목 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의 입장문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결정을 수용합니다
2017년 3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에 취임한 지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취임하자마자 “제약산업은 국민산업이다”는 명제를 개발하고, 이 명제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제약산업이 국민산업으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리베이트를 없애고, R&D를 통한 신약개발이라는 제약·바이오산업의 본령으로 돌아가, 글로벌 진출의 미래를 개척해야만 합니다. 취임 첫 해인 지난 한 해를, 국민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대내외 체제를 정비하는 준비기로 삼았습니다. 취임 2년차인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뜀박질을 시작하려고 신발끈을 조이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22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저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취임에 대하여 취업제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2008년 국회의원 시절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하는 등 당시의 입법활동이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그 이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추가 소명하여 취업 승인을 신청하였으나 다르게 결정이 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제가 제18대 국회의원으로서의 임기 첫 해인 2008년 대표 발의하여 3년여 노력 끝에 2011년 3월에 제정되고, 1년 뒤인 2012년 3월부터 시행됐습니다. 특별법의 발의 배경 또한 “제약산업은 국민산업이다”는 명제와 같습니다. 리베이트를 없애고, R&D를 통한 신약개발로 글로벌 경쟁에 당당히 나설 때, 대한민국의 제약산업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이 문제의식을 법에 담았습니다. 특별법은 올해로 시행 7년차로 접어들고, 제2차 ‘제약산업육성발전 5개년 계획’이 시행에 들어가고, 네번째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을 앞두고 있습니다. 특별법은 이제 제약산업 육성발전의 제도적 틀로 확고히 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특별법의 발의와 제정을 주도했다는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취임에도 특별법의 발의와 제정이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법 발의 이후 제정까지 3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 제약산업에 대한 많은 고민과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되었고, 그 고민과 이해의 경험이 대내외적으로 제약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협회 회장의 직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저를 부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특별법이 취업제한 결정의 주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회장 취임일(2017.3)로부터 9년 전(2008년)에 발의하였고, 6년 전(2011년)에 제정된 법이 취업제한의 이유가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지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는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 다툼의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의 법리적 다툼은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하는 것입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사업자 단체입니다. 사업자 단체는 항상 정부를 상대로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사업자 단체의 수장이 정부 결정에 불복해 다툼을 벌이는 것은 어떤 경우에서건 그 단체에 이롭지 않습니다. 이유가 어떻든 조직에 누를 끼쳐가면서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결정을 수용하는 지금 이 순간 이후 저는 협회를 떠나게 됩니다. 협회를 떠난 뒤 제가 어디에 머물든 그 자리 또한 제약·바이오의 어느 한 자락일 것입니다. 협회 회장에 취임하기 전에도, 취임 이후에도, 그리고 그만둔 뒤에도 저는 약업인이기 때문입니다. 약업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신약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떠오르고, 대한민국의 제네릭의약품이 전세계 병원에서 처방되는 영광의 순간이 멀지 않았습니다. 한 바가지의 물이 땅 속 깊은 샘물을 끌어올리듯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제약·바이오산업을 영광의 길로 이끌 것입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립니다.
저를 회장으로 선임하여 주신 이사장님을 비롯한 임원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여해준 임기를 완수하지 못하고 중간에 물러나서 죄송합니다. 저를 믿고 변화와 혁신의 길에 함께 했던 사무국 임직원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1년간 회장으로서 인연을 맺었던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