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바이오 전문펀드의 필요성 과 앞에서는 펀드의 투자전략과 그에 적합한 회사의 사업모델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였다. 이번에는 바이오산업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바이오전문 펀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보자.
벤처펀드 시장의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많은 바이오전문 투자사 및 바이오전문 펀드가 운용되고 있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암, CNS, digital healthcare 등 특정 질병 및 기술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문펀드도 많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헬스케어 이외 산업에서는 반도체펀드, 영화펀드, 게임펀드 등 특정 분야에 투자하는 특화 펀드가 많다.
산업에 특화된 펀드는 다수의 산업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많은 경쟁우위 요소를 보유할 수 있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는 신약개발 분야, 대형의료기기, 소형의료기기, 진단기기, 식품 등 다양한 기술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 한, 두명의 전문가가 모든 분야를 담당하기가 어려운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투자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몇개 분야의 전문가를 보유하는 기본적인 인력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다수의 산업 전문가를 보유한 바이오전문 펀드는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다음의 몇가지 장점을 확보할 수 있다.
1. 투자 대상 기업의 초기 screening
대부분의 투자펀드는 일년에 100개이상의 기업을 발굴하며 이중에서 실제 투자가 이루어지는 비율은 5%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투자 초기 검토대상 100개의 기업 가운데 5개 기업에 최종적으로 투자하는 비율이다. 그렇다면 제한된 심사인력을 보유한 펀드 운영사의 경우 100개 사업계획서에 동일한 비중으로 인력을 투여할 수는 없으며 효율적인 인력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에 발굴 기업 가운데 투자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빠르게 선별하여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결국 바이오산업 전문가로 구성된 바이오전문 펀드의 경우 높은 산업 이해도를 바탕으로 대상 기업의 사업모델, 관련된 시장규모, 경쟁 정도를 파악하고 투자 대상 기업군을 빠르게 선별하며 선별된 기업의 분석에 집중함으로써 투자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볼 수 있다.
2. 산업 전문가를 활용한 폭넓은 deal sourcing network
투자의 첫번째 단계인 deal sourcing은 성공 가능성 높은 기업을 발굴하는 과정이며 많은 기업을 발굴할수록 투자 수익성이 높은 기업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 진다. 그렇다면 폭넓은 deal sourcing network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보통 venture capital은 local business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는 세계 시장은 하나이며 한나라에서 발생한 기술적, 산업적 사건들이 실시간 전세계 시장에 영향에 미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벤처투자의 경우의 deal sourcing은 산업 전문가들의 개별적인 인적 네트워크에 의지하며 단번에 시장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의 핵심 역량은 산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현장 경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전문가가 보유한 인맥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deal sourcing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deal sourcing은 양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투자자가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고 찾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 기회는 투자받을 기업이 투자자를 찾아 오는 것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투자자의 사회적인 평가와 업계 동료들의 추천이 deal sourcing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당연하게도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의 사업모델과 유사한 기업에 투자한 경험이 많은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이 사업전략 개발, 네트워크 확보, 추가 투자자 유치 등 여러모로 유리하므로 기업도 좋은 투자자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된다. 투자자가 좋은 기업을 찾아 다니는 노력만큼 기업도 좋은 투자자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3. 포트폴리오 구성
벤처펀드 포트폴리오 구성의 목적은 앞에서 말한 투자 수익률 달성을 위한 투자자의 전략이라고 하였는데 특히 바이오벤처 투자에서 중요한 포트폴리오 구성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포트폴리오 구성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바이오벤처만의 산업적 특징은 개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는 과정인 임상실험이다. 의약품, 의료기기는 기술 판매를 통한 조기 매출 시현이 가능하지만 근본적인 매출은 임상을 통과하여야만 가능하며 임상의 각 단계별로 실패할 확률이 있다는 점이다.
그림. FDA임상시 단계별 성공 가능성(SK증권 Analyst Report, 2016년 7월 19일)
벤처투자 펀드를 운영하는 펀드 매니저의 입장에서 10개의 헬스케어 기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보자. 결국 10개의 포트폴리오 기업 가운데 되도록 많은 기업들이 기술수출, 신약 발매 허가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원하지만 모두가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기존의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임상의 각 단계별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적어도 몇 개 이상의 신약개발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야만 성공한 기업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바이오벤처에 특화된 펀드 투자전략이 아닌 다양한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펀드의 경우, 산업전문가 확보가 제한적이고 많은 기업에 투자하기도 어려워 펀드매니저는 소수의 투자기업을 통해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전략을 구상할 수 밖에 없으며 펀드의 수익성을 담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개발단계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pre IPO 투자의 경우는 대상 기업에 대한 자료 확보가 쉽고 상대적으로 기업평가가 용이하므로 전문투자사, 전문펀드가 아니라도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이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초기 바이오벤처 투자의 경우 기업의 정량적인 결과 및 자료가 매우 부족하므로 상당부분 정성적인 분석을 통한 투자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초기 기업의 정성적인 분석에서는 대상 시장과 경쟁 의약품에 대한 자세한 내부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장 전문가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전문 투자사와 전문 펀드가 매우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신약개발의 경우, 개발단계가 완료되거나 기술 수출이 발생하기 전까지 바이오벤처가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자금원은 외부투자자의 투자자금이며 지속적인 펀딩을 통해 기술도입,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 따라서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은 '지속적인 투자 유치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벤처의 입장에서는 본연의 개발 능력에 덧붙여 시장에서 높게 평가되는 전문 투자자를 유치함으로써 두번째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투자유치 기업에게는 좋은 투자자를 선별하여 투자를 받는 것이 향후 사업 계획 진행에 매우 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