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의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공개됐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체 R&D를 축소하는 대신 바이오텍, 대학, 연구소 등과의 공동연구 확산을 통한 신약개발로 전략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을 넘어 전임상 공동연구부터 시판후 조사까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링'이라는 주제로 '한국 제약산업 공동 컨퍼런스 2018’가 열렸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MSD의 키트루다 확산 전략을 비롯해 ▲아스트라제네카의 오픈이노베이션 포털 ▲BMS의 PMS(post marketing surveilance 시판후 조사) 확산 이니셔티브 ▲연세암병원의 전임상 연구 플랫폼 등이 소개됐다.
◇키트루다 확산을 위한 MSD의 3가지 전략은
MSD 신현우 이사는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를 확산하기 위한 회사의 전략을 공개했다. 키트루다는 PD-L1이라는 바이오마커의 발현율을 토대로 환자를 선별, 암 치료 효과를 높이고 생존 기간을 연장해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키트루다는 옵디보와 더불어 면역항암제로서 다양한 암 종으로 추가 적용하기 위해 600여건에 이르는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신 이사는 "하지만 아직 키트루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제가 남아있다"면서 "키트루다는 치료 효과를 위해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들에게만 적용하고 있는데, 적용군을 넓히고 치료 효과를 증진시키기 위해 MSD는 3가지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첫째로는 적용가능한 적응증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MSD는 키트루다를 20여종의 암에 적용해 결과의 패턴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번째 전략은 효과적인 병용요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기존의 화학항암제 뿐만 아니라 새로운 면역요법 등과 조합함으로써 개선된 치료 효과를 노린다. 신 이사는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항암제인 알림타와 키트루다를 병용했을 때 치료효과가 증대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환자의 PD-L1 발현율이 50%이하 일때에도 적극적으로 키트루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함으로써 더 명확하게 환자를 분류, 적용하는 것으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신 박사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면역항암제와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물질과 약제, 기술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중점을 두고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AZ 포털 통해 약물 재창출 기반 신약개발 활성화
아스트라제네카의 김희정 임상/중개연구 수석임원은 회사가 구축한 오픈이노베이션 포털에 대해 소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가 보유한 화합물과 제반시설, 약물 발굴 지식과 외부 협력자의 질병에 대한 지식과 풍부한 환자 집단, 개발 기술 등을 합해 공동 연구를 통해 좋은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4년에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세계에서 접속이 가능하고 실시간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웹 포털을 론칭했다. 포털을 통해 이용자들은 아스트라제네카가 보유하고 있는 물질에 대한 정보와 실험데이터, 관련문헌정보 등에 접근이 가능하다. 김희정 수석임원은 "물질 최적화 단계부터 임상까지 전주기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약물재창출 개념의 신약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존의 시선이 아닌 외부에서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여 신약개발에 반영한 것이다. 그는 "현재 30여건의 개발이 약물재창출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면서 "항암제로 개발 중이던 AZD0530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임상 2상)로 개발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소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작년부터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운영,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인하우스 데이터를 포함해 약 1만1000개의 전임상 데이터 등을 공개하고 있다.
◇BMS, 시판후 조사 확산 이니셔티브로 신약 안전성 확보
BMS의 일본과 한국, 대만지역 의학 및 개발 담당자인 키요시 하시가미 박사는 PMS(post marketing surveilance 시판후 조사)를 확산하는 이니셔티브(전략 프로그램)를 소개했다. 현재 신약개발 현장은 특정 유전자(바이오마커)를 타깃하는 맞춤형 항암제 개발, 각국 규제기관의 규제 완화 등으로 임상이 최소화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안전성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PMS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시판 후 조사는 환자 사례 모집이 쉽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의 단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MS는 다국가 간 네트워크를 통한 등록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서 장기간의 실제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제약사, 의료진 등에게 실시간으로 데이터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BMS의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면, 실시간으로 여러 전문가가 공유한 처방과 진단 등을 참고해서 활용할 수 있다"면서 "개인정보는 보호하고 의료정보와 임상활용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전했다.
하시가미 박사는 "현재 BMS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은 200만명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플랫폼을 이용하면 환자들에게는 좀 더 빠르게 신약을 제공함과 동시에 시판 후 안전성과 관련해서 철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연세암병원이 구축한 전임상 연구 플랫폼은?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는 연세암병원과 에비슨연구센터가 구축한 전임상 연구 플랫폼과 글로벌 협력모델에 대해 발표했다.
조 교수는 "연세암병원에서는 환자의 생물학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세포주 개발과, 환자 유래 종양 이식 동물모델, 트랜스제닉 마우스모델,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모델 등 전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약 70명의 우수한 연구인력을 고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기 개발과 임상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결성이며 이를 위해서는 전임상부터 임상까지 연계 개발할 수 있는 리서치 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암병원은 국내 유한양행과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한 전임상과정을 협력 진행하고 있으며, 노바티스와는 PD-1 억제제를 바탕으로 가장 적절한 병용요법을 찾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조 교수는 "제약사에서는 환자 조직에 대한 접근성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병원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구축을 통해 전문가가 구축한 고가의 플랫폼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 "더 많은 콜라보레이션이 창출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