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정부의 지속적인 연구개발비 투자에 힘입어 논문, 특허의 경우 양적∙질적으로 국제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바이오벤처 생태계는 '학문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산업 경쟁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요소'라고 할 수 있으며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산업적 요소들을 마련할 필요성이 최근 강조되고 있다. 특히 바이오벤처가 성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바이오전문 인큐베이터'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큐베이터는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자를 일정기간 입주시켜 지원함으로써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을 말한다.
기존 바이오 관련 산업화 지원기관은 BVC(Bio venture center)와 전국에 산재하고 있는 지역산업진흥센터로 나뉠 수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 대표되는 BVC는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전북생물산업진흥원, 바이오21센터, 동신대 생물자원산업화지원센터, 영동대 바이오지역기술혁신센터, 제주대 생명과학기술혁신센터, 신라대 생명과학기술혁신센터, 상주대 생명과학기술혁신센터 등이 있다. 대부분 지역 바이오벤처 창업 및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대표적인 인큐베이터는 2000년에 문을 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바이오벤처센터로 기업입주 공간과 실험장비 및 지원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공공 산업화지원센타의 기능은 '기술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설립 목적에 따라 다음의 4가지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기술지원: 신제품 아이템 발굴 및 제품기획, 생산공정개발 및 시제품 생산지원,제품 효능 테스트 및 표준화 작업 △장비지원: 생산장비 지원, 분석장비 지원, 연구장비 지원 △인력양성 및 파견: 기업소속 인력에 대한 기술지도 및 전수, 연구소 우수연구자의 기업파견, 산∙학∙연 학위 과정 연계 △산∙연 협력활동: 국가과제 기획 및 공동연구, 특허출원 및 기술사업화 지원, 정부정책 및 제도개선 제안이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BVC와는 달리 민간영역에서 운영하는 산업화지원센터는 다음과 같은 지원을 한다. △투자지원: 엔젤투자자 소개 및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운영을 통한 초기 투자지원, 기관투자자 대상의 IR 지원 △창업지원: 예비창업가 및 창업팀 대상의 IR 지원, 창업상담(아이디어 사업화, 창업절차, 비지니스모델 수립, 정부지원제도안내, 멘토소개 등) △교육지원: 기업간 소모임을 통한 제휴, 경영현안과 관련된 교육 지원이다.
산업 공통적으로 인큐베이터의 기본 여건은 Mentoring, Networking, Marketing으로 대표되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함께 기술 경쟁력 강화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D2 start up factory 또는 Maru180과 같은 IT전문 인큐베이터의 경우 입주기업간의 원활한 소통을 지원하고 네이버로 대표되는 선배기업 개발인력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초기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큐베이터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쾌적한 창업공간 제공 및 자금 지원과 같은 공통 요소가 있으나 사업 인프라 측면에서는 바이오전문 인큐베이터는 일반 IT벤처용 인큐베이터와는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기술 경쟁력 강화에 몰입할 수 있는 바이오전문 인큐베이터'의 요건으로는 직접 실험할 수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폐수처리 등 각종 환경 인증이 필요하며 실험을 위한 기초 장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바이오전문 인큐베이터의 경우 일정 공간을 제공하지만 기본적인 생물실험에 필요한 장비는 갖춰있지 않아 초기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의 실험 공간을 정확히 제공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교수 창업의 경우, 교수들은 자신의 연구실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사업 아이디어의 초기 실험이 가능하나 기업 출신 창업자의 경우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실에서 구현해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바이오전문 인큐베이터의 경우 작은 공동 실험실 운영을 통해 창업자에게 소모품 비용 및 사용료를 징수하고 일정기간 창업자가 직접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험을 위한 기초장비 및 공동장비의 경우도 대부분의 산업화지원센터는 공동장비를 이용할 때 창업자의 직접 실험이 불가능하고 연구소 소속 technician이 대신 실험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이 방식의 경우 필요할 때 즉시 결과를 얻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어 되도록이면 창업자가 직접 실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국내 바이오전문 인큐베이터는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운영할 때의 장점도 있지만 정부지원 바이오전문 인큐베이터의 기능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운영과 관련된 몇 가지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창업이전 당면한 다양한 문제해결 기능이다. 인큐베이터의 예비 창업자에 대한 핵심인력 구성, 자본금 구성, 주주구성 및 기술사업화 idea의 검증 등의 문제에 대한 조언을 통해 기술 사업화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관련 업무는 사업화와 관련된 다양한 업무 경험을 보유한 전문인력이 필요한 업무로 정부지원 바이오전문 인큐베이터의 인력 구성에서 위의 업무지원에 적합한 인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둘째는 '입주 기업의 선정과 졸업의 원활화'이다. 인큐베이팅 지원 기업의 입주는 심사위원회에서 기술사업화 idea의 검증을 통해 진행하며 사업의 성공적인 진행 또는 idea 사업화의 실패에 따라 자유롭고 신속하게 입주 및 졸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로는 보유 기술의 사업화 단계를 지원하기 위한 투자지원으로 사업화를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정이며 투자 이후에도 사업 진척에 따른 추가 투자 지원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인큐베이터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경험있는 전문 인력의 고용이 필요하며 입주심사, 졸업심사, 투자지원 의사 결정의 일관성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이 필수하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공공지원 인큐베이터의 경우 고용조건의 경직성으로 인해 전문인력의 고용이 힘들고 담당자가 일정기간 경과 후에 업무가 바뀌는 순환보직 방식으로 운영됨에 따라 운영자의 전문성이 높아지지 못하며, 이에 따라 일관된 기업 평가 기준 정립이 어려워 인큐베이터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가 있다.
이같은 공공 인큐베이터의 단점을 극복할 해법으로는 크게 두가지를 들 수가 있겠다. 첫번째는 민간 인큐베이터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방법이다. 해외 사례로는 미국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켄달 스퀘어에 정부∙학계∙산업계 등이 바이오 스타트업을 위해 투자∙설립한 비영리 기관 랩센트럴(LabCentral)과 미국 제약회사 Johnson & Johnson이 운영하는 JLABS을 예로 들 수 있다. 해외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인큐베이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도 IT기업들이 운영하는 민간 인큐베이터들이 많지만 아직 제약사나 바이오 기업이 운영하는 인큐베이터는 없어 기업들이 인큐베이팅 기능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초기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번째는 인큐베이터 운영기관과 투자회사의 협력 모델을 들 수 있겠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공공기관 또는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모든 인큐베이터가 idea의 사업화를 유도하고 지원하는 인력이 매우 모자라기 때문에 경험있는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인큐베이터 활성화라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바이오전문 펀드의 결성을 지원하고 결성된 바이오 전문 펀드의 핵심 운영인력들이 인큐베이터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바이오전문 인큐베이터의 운영 효율성을 올리는 방법이다. 초기 바이오펀드를 다년간 운영한 인력들은 idea 발굴 및 사업화, 입주 기업 선정에 필요한 객관적 지표, 일관된 입주 및 졸업 심사 등의 기능을 잘 수행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민간 바이오전문 인큐베이터의 경우는 투자사와의 공동 운영을 통해 담당 인력들의 전문성을 높여 자체 운영 인력을 단기간에 양성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국내의 바이오산업은 성장 잠재력을 축적하는 시기를 지나 이제 본격적인 성장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으며 축적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많은 신생기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같은 때에 맞추어 산업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바이오전문 인큐베이터의 효과적 운영과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는 맞춤형 지원으로 좋은 idea들이 사업화되어 국내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