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SK가 미국 원료의약품 제조기업 ‘엠팩’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최대 제약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국내 제약사가 미국회사의 100% 지분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글로벌 CDMO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한발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가 이미 갖추고 있는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인 SK바이오텍, 유럽 아일랜드 공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바이오·제약위탁생산개발(CDMO) 기업 엠팩(AMPAC Fine Chemicals)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현지 기업결합심사 등을 마치고 인수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SK는 다수의 글로벌 CDMO 기업, 사모펀드들과의 경쟁을 뚫고 인수에 성공했다. 인수금액은 전날 공시한 유상증자 금액 5000억원에 인수금융 3000억여원을 더한 7000억~8000억원에 결정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6월 SK바이오텍이 1700억원에 인수한 아일랜드 스워즈 생산시설 인수자금까지 합치면 약 1조원을 바이오제약 산업에 투자하는 셈이다.
이번에 인수한 엠팩(AMPAC)은 원료의약품 CDMO 기업이다. 합성의약품의 소규모 생산부터 임상시료, 상업제품 개발에 필요한 원료의약품을 개발, 생산한다. 주로 항암제와 중추신경계∙심혈관 치료제 등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생산했으며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엠펙은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를 비롯해 텍사스, 버지니아 등 생산시설 3곳과 연구시설 1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직원은 500명 이상이다.
특히 엠팩은 글로벌 제약사들과도 20년이상 장기간에 걸친 파트너십을 맺으며 의약품 풀질관리 및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CDMO 기업은 원료의약품 생산 기술과 수주 계약 건수가 중요한 경쟁력인데, 엠팩이 글로벌 제약사가 인정하는 원료의약품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고, 임상 후기 파이프라인 생산 수주를 다량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SK(주) 관계자는 “엠팩의 생산시설은 미국 FDA가 검사관의 교육장소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최고 수준의 생산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소비되는 의약품은 자국에서 생산해야한다는 규제강화 분위기 측면에서도 이번 엠팩 인수를 높게 평가된다”면서 이번 인수가 SK뿐 아니라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전체에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SK의 아시아, 유럽 의약품 생산역량과 엠팩 간 시너지다.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1998년부터 아시아 지역에 원료의약품을 생산해왔다. 지난해 SK바이오텍이 인수한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은 유럽 지역을 생산 수주를 담당하고 있다.
엠팩 인수를 통해 SK는 향후 미국의 생산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제품안전성과 고객 신뢰도 강화하게 됐다. 엠펙은 기존 핵심 고객사의 미국 현지 생산 니즈를 충족시키고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신생 제약사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모델 혁신과 시너지 극대화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한 아시아, 유럽 진출을 고려 중인 미국 제약사들에게 통합 수주도 가능해진다.
원료의약품 생산기술 측면에서도 상호보완적 기대효과가 예측된다. SK바이오텍은 세계 최초 양산화에 성공한 ‘저온연속반응’ 기술을 바탕으로 당뇨∙간염 치료제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대형 글로벌 제약사에 공급해왔다. 엠펙이 가진 특화된 원료의약품 생산, 개발기술과 SK바이오텍의 기술 교류를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한국과 유럽의 총 생산시설 규모는 40만 리터급이다. 엠팩 생산규모를 고려하면 2020년 이후 글로벌 최대인 160만 리터급으로 증가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SK㈜는 SK바이오텍의 아시아, 유럽 생산 시설과 엠팩 간 R&D, 생산, 마케팅∙판매의 ‘삼각편대’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2022년 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선두 CDMO로 도약할 계획이다.
SK(주) 측은 “이번 엠팩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함으로써 임상단계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원료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선두 CDMO 그룹에 조기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SK그룹은 SK케미칼(합성의약품), SK케미칼 자회사인 바이오사이언스(백신, 혈액제제), SK바이오팜(혁신신약), SK바이오텍(원료의약품 생산) 등 신약 개발에 필요한 라이업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엠팩 인수로 글로벌 원료의약품 CDMO 사업도 본격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