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암세포 전이를 막고 혈관 신생을 억제하는 새로운 항암제 후보물질이 공개됐다. 대장암을 진단하는 새로운 miRNA 바이오마커도 소개됐다. 권병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와 이정상 전주대 교수는 8일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주관 기술이전 설명회에서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행사는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에서 기초연구가 진행된 기술들의 상업화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벤프로페린 유도체 함유 항암 및 전이 억제제
먼저 권병목 박사는 신약재창출 방식을 통해 개발한 항암 및 전이 억제제 'MD-164(과제명)'을 소개했다. 25년간 항암제 관련 연구를 진행한 권 박사는 "암 환자의 90% 가량은 전이에 의해서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암에 있어서 전이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는 "암이 전이하는데 있어서 혈관이나 림프관을 통한 암세포의 이동이 전이과정의 첫번째라는 것에 대부분의 암 연구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때문에 원발위의 암 세포가 이동해서 타 장기에 정착하는 것을 막는 기전을 가진 약물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존 항암제보다 독성 문제에 자유로운 물질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신약재창출을 선택했다. 최소한 임상 2상 이상을 거친 약물과 시판 허가 약물, 천연물을 포함한 3500여개의 물질을 스크리닝해 효과적인 후보물질로 벤프로페린 유도체 기반의 'MD-164'를 발굴하고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항암효과를 확인했다. 벤프로페린은 천식 및 진해거담제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
권 박사는 "발굴한 MD-164는 암세포가 전이를 위해 이동할 때 필요한 세포골격 중 하나인 액틴의 중합반응(Actin polymerization)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MD-164는 액틴 중합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Arp2/3 복합체(Actin-related protein 2/3 complex)의 형성을 억제한다. 이로 인해 액틴의 합성이 조절되고 세포의 이동이 제어되는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권 박사는 "벤프로페린의 화학적 구조 등을 변형해 활성이 20배 정도 증가된 신규 화합물을 개발했다. 이로써 물질 특허 확보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초기 동물실험의 경우 50mg/kg의 고농도에서 항암효과를 보였지만, 신규 화합물을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는 5mg/kg 용량에서도 비슷한 항암 및 전이 억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MD-164는 암세포의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와 더불어 혈관내피세포의 혈관형성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진 것도 확인했다. 권 박사는 "항암제로서의 개발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혈관 형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며 "새로운 개념의 표적 치료제로써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 약물과의 병용 투여에 의한 항암 효과 증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암 진단하는 microRNA 바이오마커 분석
이정상 전주대학교 교수는 대장암에 특이적인 microRNA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분석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분석기술을 이용해 혈액 내의 cfNA(Cell free nucleic acid) 중 대장암에 특이적인 miRNA 바이오마커를 발굴했다. 이 교수는 "환자의 빅데이터를 공유하는 TCGA 공공 사이트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종양 억제 유전자와 항염증 유전자 등을 각각 조절하는 microRNA 가운데 공통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것이 있는지 스크리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TGF-βR1/2, Smad2/3/4, PTEN 등 종양억제유전자 8개와 SOCS3, IL10/11/13 등 항염증 유전자 6개 등을 조절하는 miRNA들 가운데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miRNA를 선별했다.
연구진은 선별된 miRNA를 대장암과 유방암, 폐암, 간암, 위암 혈액샘플을 이용해 대장암에서 발현이 증가하거나 대장암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miRNA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이 교수는 "해당 miRNA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분석 시제품을 제작하고 질병관리본부 산하의 인체유래물 단위은행을 통해 혈액 샘플을 확보해 50명 환자 샘플을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대장암을 선별하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95%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발굴한 miroRNA와 통합적인 miRNA 분석방법을 이용하면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혈액 기반 진단키트를 개발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액체생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면서 "해당 기술을 통해 한국인 microRNA 아틀라스를 구축하고 주요 질병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발굴, 진단키트 등으로 확장 개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