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민간주도형 창업지원프로그램인 팁스(TIPS) 출신 바이오텍들이 올해 국내 초기 바이오투자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TIPS 운용기관의 체계적인 인큐베이팅을 받은 검증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유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 엑셀세라퓨틱스, 메디맵바이오가 시리즈A 첫 투자를 유치했다. 모두 2017년 TIPS에 선정된 동기들이다.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TIPS 운용기관 휴젤)는 OCI로부터 5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으며 엑셀세라퓨틱스(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한국투자파트너스, 레오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6억원, 메디맵바이오(선보엔젤파트너스)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BNH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억원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큐로셀(카이트창업가재단), 딕스젠(BNH인베스트먼트), IMGT와 펨토바이오메드(액트너랩)과 딕스젠(BNH인베스트먼트)은 시리즈B 투자에도 성공했다. 150억원을 유치한 큐로셀 투자에는 인터베스트, 미래에셋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IMGT는 한국투자파트너스, K2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97억7000만원을, 펨토바이오메드는 한국투자증권, 위드윈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딕스젠 역시 HB인베스트먼트,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40억원을 확보했다.
TIPS는 2013년 도입된 이스라엘식 인큐베이팅을 모델로 한 민간주도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TIPS 운용사가 먼저 투자한 스타트업 중 심사를 거쳐 창업팀을 선발해 연구개발(R&D) 비용 등 최대 10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TIPS 바이오텍들의 후속 투자 유치가 녹록치 않았다. 국내 바이오투자가 엑셀레러이터, 벤처캐피탈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에 대한 개념이 적었고 TIPS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TIPS 제도가 코스닥 상장사(티앤알바이오팹)까지 내면서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국내 바이오투자 붐이 불면서 한차례 검증을 거친 TIPS 기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TIPS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내 벤처캐피탈 뿐 아니라 자산운용사들과도 활발히 교류하면서 좋은 기업의 후속투자를 돕고 있는데 2~3년전만 해도 없었던 분위기"라면서 "유망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 바람이 불면서 자연스럽게 TIPS 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에도 뉴라클사이언스(100억원, 카이트창업재단), 올리브헬스케어(35억원, 액트너랩), 엠디뮨(42억원, 이노폴리스파트너스), 지놈앤컴퍼니(130억원, 벤처스퀘어), 토모큐브(50억원,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오플로우(150억원, 액트너랩), 루닛(160억원, 케이큐브벤처스), 엘베이스(40억원, 액트너랩), 파로스IBT(75억원,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지플러스생명과학(140억원, 액트너랩), 더웨이브톡(30억원,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닥터노아바이오텍(12억, BNH인베스트먼트), 바이오웨이(30억원, BSK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를 받았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TIPS 운용을 통해 초기 기업을 발굴, 육성에 뛰어드는 기관도 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전문 벤처캐피탈로 새출발한 데일리파트너스도 올해 TIPS 운용사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국내 신약개발기업에 대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까다로운 검증과 초기 지분 희석을 피해 TIPS를 꺼려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신약보다는 체외진단,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TIPS를 준비하는 기업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TIPS 프로그램의 유용성이 부각되고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