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한국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지난 3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전세계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지형을 바꿨다. 특히 애브비의 25일(현지시간) 미국 엘러간 인수발표는 전세계 매출 1위 바이오의약품 '휴미라'가 바이오시밀러의 위협에 백기를 든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2013년 9월 셀트리온 램시마의 유럽 허가를 시작으로 촉발된 전세계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국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업치락 뒤치락 개발 경쟁을 펼치며 실질적인 산업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그해 1월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로 처음으로 유럽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곧이어(4월) 셀트리온은 유럽에 출시한 램시마로 바이오시밀러 최초의 미국 허가를 얻어냈다.
2017년부터는 미국,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허가 소식이 이어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렌플렉시스(미국), 임랄디(유럽), 온트루잔트(유럽) 허가를 셀트리온은 트룩시마(유럽)의 허가를 획득했다. 2018년에는 셀트리온의 허쥬마(유럽, 미국), 트룩시마(미국)가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리면서 화이자, 산도즈, 암젠 등 글로벌 빅파마들도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노바티스 자회사인 작년 산도스가 리툭산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식품의약국 심사 과정에서 사실상 진출 포기를 선언한 것도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미국과 유럽의 규제기관이 바이오시밀러 허가 및 교차처방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어 국산 바이오시밀러 확산에 나선 것도 이전에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산업이 갖는 의미는 전세계 시장에 판매되면서 실질적인 매출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셀트리온 램시마의 경우 연간 처방이 1조원을 상회하며 현재까지 3조원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독점)과 유럽에 램시마를 판매하는 화이자의 매출만 보더라도 폭발적인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다. 화이자 램시마 매출은 2016년 1억9200만달러에서 2017년 4억1900만달러, 2018년 6억4200만달러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의 유럽 매출(바이오젠 판매) 역시 2016년 1억100만달러에서 2017년 3억7100만달러, 2018년 4억8500만달러로 급격히 늘었다.
반대로 오리지널의약품 개발사의 매출은 수직하락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램시마 오리지널 레미케이드 매출은 2016년 69억6600만달러에서 2017년 63억1500만달러, 2018년 53만2600만달러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프로스트&설리반(Frost & Sullivan)'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17년 97억달러(약 11조원)에서 2023년 481억달러(약 54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24.6%에 이른다.
기대하는 점은 미국 시장이 이제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허셉틴의 미국 특허 만료로 새로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새롭게 열린다. 또한 2022년에는 전세계 매출 1위 휴미라의 미국 특허도 만료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작년 임랄디의 미국 허가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의 피하주사제형인 램시마SC의 유럽 허가를 기대하고 있으며 바이오시밀러 직판 체계 구축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한편 지난 25일 애브비의 엘러간 인수 선언은 바이오시밀러가 갖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애브비는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휴미라가 작년 10월 유럽 바이오시밀러 출시와 함께 매출이 하락하면서 받기 시작했다. 미국 특허 만료는 2023년이다. 애브비는 휴미라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했고 그 결과가 엘러간 인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