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치료제 ‘텍피데라(Tecfidera, 성분명 dimethyl fumarate)’ 개량신약 ‘ALKS 8700(또는 BIIB098, 성분명 diroximel fumarate)’의 부작용 발생률이 텍피데라 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젠(Biogen)은 재발-완화반복성 다발성 경화증(relapsing-remitting multiple sclerosis, RRMS)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ALKS 8700 임상3상(EVOLVE-MS-2, NCT03093324)에서 ALKS 8700를 투여한 그룹의 위장관계 부작용 발생비율이 텍피데라를 투여한 비교그룹보다 적었다고 지난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텍피데라는 글로벌시장에서 2018년에만 42억7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바이오젠의 2018년 전체 매출에서 약 40%의 비중을 차지했다. 텍피데라는 경구형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중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텍피데라 승인에 근거가 된 임상시험에서 하루 2번 텍피데라 240mg을 투여한 투여그룹의 부작용 발생비율은 위약그룹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젠은 2017년 11월 아일랜드 앨커미스(Alkermes)로부터 텍피데라보다 부작용 발생이 적을 것으로 추정되던 개량신약 ALKS 8700에 대한 글로벌 판권을 획득했다. 이후 바이오젠은 알케미스와 공동으로 ALKS 8700을 개발하고 있다.
EVOLVE-MS-2 연구는 ALKS 8700 또는 텍피데라를 투여한 환자의 위장관계 부작용 발생비율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EVOLVE-MS-2 연구에 참여한 재발-완화반복성 다발성 경화증 환자 506명은 2일에 한번 ALKS 8700 462mg을 투여하는 투여그룹, 하루에 2번 텍피데라 240mg을 투여하는 비교그룹으로 나뉘어 5주간 투여했다. 위장관계 부작용 발생 판단 기준은 2일에 한 번씩 진행한 IGISIS(Individual Gastrointestinal Symptom and Impact Scale)로 조사되었다. IGISIS는 10점 만점 척도로, 10점에 가까울수록 위장관계 증상이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여겨진다. EVOLVE-MS-2 연구에서는 IGISIS가 2점 이상의 증상이 생겨나면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했다.
임상 결과, ALKS 8700을 투여받은 환자에게서 홍조, 설사, 구역 등의 부작용이 적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작용으로 임상시험 참여를 포기한 환자 비율은 ALKS 8700 투여그룹 1.6%, 텍피데라를 투여한 비교그룹 6.0%로 나타났다. EVOLVE-MS-2 연구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향후 학회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바이오젠은 밝혔다.
텍피데라의 주성분인 dimethyl fumarate(DMF)가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 효과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선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dimethyl fumarate가 체내에 들어가면 대사과정에서 한쪽 ester의 methyl기가 떨어져 나와 monomethyl fumarate(MMF)가 만들어진다. 현재는 DMF, MMF가 세포에 작용해 치료 효과를 내는 것으로 예상한다. ALKS 8700의 주성분인 diroximel fumarate도 체내에서 MMF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ALKS 8700은 텍피데라와 같은 기전으로 치료 효과를 내는 것으로 여긴다.
DMF, MMF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 효과에 대한 여러 가설 중 한 가지는 항산화 반응을 통한 탈수초화(demyelination) 억제다. 세포로 흡수된 DMF, MMF는 KEAP1(Kelch like-ECH-associated protein 1), Cullin3를 억제한다.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인 Nrf2(Nuclear factor erythroid 2-related factor 2)에 결합하는 KEAP1, Cullin3는 유비퀴틴화(ubiquitination)를 유도해 Nrf2 분해를 촉진한다. DMF, MMF의 작용으로 KEAP1, Cullin3가 억제되면, 상대적으로 활성이 높아진 Nrf2는 항산화 효과를 보이는 bZIP(basic leucine zipper)를 발현시킨다. 이를 통해 다발성 경화증의 탈수초화를 방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른 가설로는 DMF, MMF가 면역억제제로 작용해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자가면역반응을 줄이는 것이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신경세포의 수초(myelin)와 축삭(axon)에 대한 자가면역반응을 보이는데, 텍피데라를 투여받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T세포, B세포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Nrf2를 활성화하는 DMF가 HO-1(heme oxygenase-1)의 발현량을 증가시키고, HO-1가 Treg(regulatory T cell)의 작용을 촉진하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이 외에도 희돌기교세포(oligodendrocytes)의 수초 형성 기전 촉진, fumarate로서 시트르산 회로(citric acid cycle) 관여 등의 가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