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전략물자(화이트리스트) 품목에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과정에 필수적인 '바이러스 필터'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산 바이러스 필터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밸리데이션 작업과 규제기관의 승인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생산차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상대로 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품목 1194개 중 바이오제약산업 관련해서는 아사히카세이의 바이러스 제거용 필터 '플라노바(Planova)'가 포함됐다.
바이러스필터는 바이오의약품/혈액제제 제조시 바이러스를 걸러주는 핵심 소모품 중 하나로 아사히를 비롯해 싸토리우스, 머크, 폴 등이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십자 등 다수의 기업이 아사히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혈액제제 생산기업의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바이러스필터를 사용했느냐는 제품의 생산과 승인과정에 명기될 만큼 중요한 요소다. 바이러스필터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밸리데이션 작업을 거쳐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마다 적합한 바이러스필터가 달라 이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비용 역시 적지 않게 들어간다"면서 "일본의 바이러스필터 수출규제가 본격화된다면 다수의 기업이 생산 문제로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관련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1년 이상 바이러스필터 비축분을 확보해 당장 생산차질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셀트리온 관계자도 "1년 이상 물량을 비축해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바이러스필터가 고가인데다 유통기간이 짧아 개별회사 모두가 이를 1년 이상 비축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바이러스필터가 없으면 제조공정 자체가 중단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