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신생 바이오벤처 빌릭스(Bilix)가 '빌리루빈 나노입자' 기반의 플랫폼 기술 확보와 함께 25억원 규모의 pre-시리즈A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빌릭스는 심근 허혈 및 재관류 손상 치료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신약개발에 본격 나선다.
빌릭스는 최근 전상용 카이스트 석좌교수(생명과학부)가 개발한 '빌리루빈 나노입자(bilirubin nanoparticle) 기술'에 대한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빌릭스는 빌리루빈 기술과 관련된 총 3건의 특허를 소유하게 됐다. 이중 원천특허는 한국과 유럽에 등록을 마친 상태이며 현재 미국 등록을 추진 중이다.
빌릭스는 미국 일리노이대 미생물학 박사로 SK텔레콤 체외진단사업본부장, 나노엔텍 대표이사, 유틸렉스 연구소장 겸 사업총괄부사장 등을 지낸 김명립 대표가 2018년 창업한 바이오벤처다.
지난 7월 뉴플라이트의 리딩으로 DS자산운용, 알펜루트자산운용 등으로부터 총 25억원의 pre-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으며 최근에는 차만영 박사(전무, Chief Strategy Officer), 마상호 박사(이사, Chief Development Officer) 등 제약사 출신 전문 인력을 영입했다.
빌릭스가 주목한 물질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성분인 '빌리루빈(bilirubin)'이다. 빌리루빈은 황달을 초래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1950년대부터 천식 및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을 개선한다는 보고 이래 수천 편의 동물실험과 추적 임상 결과들이 해외 유명 논문에 출간돼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빌리루빈은 물에 전혀 녹지 않는 극소수성 성질로 인해 신약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다.
전상용 교수팀은 이러한 빌리루빈에 수용성 성질을 가지는 물질을 접합함으로써 빌리루빈의 용해도를 증가시킴과 동시에 체내 반감기를 40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수용성 빌리루빈이 천식, 허혈성 재관류 손상, 장기이식, GvHD(이식편대숙주질환), IBD(염증성대장염) 등의 염증 반응에 효과가 있음을 규명해 'Angewandte Chemie', 'Journal of Immunology', 'Biomaterials' 등 각종 눈문을 통해 소개했다. 지난 8월에는 빌리루빈에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을 접합한 물질을 염증성 장 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동물모델에 경구 투여해 효과를 증명한 논문이 'Nature Materials'에 게재되기도 했다.
빌리루빈의 항염증 반응에 대한 의학적 효용성은 심혈관 질환, 장기이식, 비알콜성 지방간, 류마티즘,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아토피 등 그 적용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또한 빌릭스는 빌리루빈 나노입자의 양친매성(amphiphilic) 중 빌리루빈의 소수성 성질을 이용해 약물전달시스템(DDS: Drug Delivery System)으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빌릭스는 DDS물질에 다양한 항암제를 탑재한 베스트인클래스 항암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빌릭스는 초기에는 심근 허혈 및 재관류 손상 치료제(myocardial Ischemic Reperfusion Injury) 개발 및 임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심근경색 환자들이 스텐트 시술을 받고 난 후 허혈 및 재관류 손상으로 인해 1년 이내에 약 40%의 사망자가 발생하지만 치료제는 전무하다.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카이스트의 빌리루빈 나노입자를 동물실험에 적용해 본 결과 심근허혈 및 재관류 손상에 탁월한 효능이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김명립 대표는 “빌리루빈 나노입자 기술을 통해 현재 치료제가 전무한 허혈성 심장 질환 환자 630만명과 허혈성 뇌졸중 환자 460만명에게 새로운 치료제를 제공할 것이다”면서 “류마티즘 환자와 장기 이식 환자들뿐만 아니라 부작용 또는 낮은 약효로 고통받는 암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빌릭스는 상업화의 첫 번째 단계로써 빌리루빈 나노입자의 생산 공정을 개발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2020년 7월 중으로 비임상을 시작해 2021년 하반기에는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