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다양한 모달리티(Modality, 혁신 치료법)의 각축전이 시작됐다. 항체, ADC, mRNA, CAR-T, 유전자, PROTAC, PPI 등이 상상이상의 빠른 속도로 연구개발 되고 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31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한국바이오협회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바이오산업, 특히 신약개발산업 전망과 관련해 이 같이 설명했다.
이 대표는 '춘추전국시대'라고도 했다. 신모달리티의 각축전 속에서 전략을 잘못 설정하거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ADC회사라면 ADC만 볼 것이 아니라 (발전하는) 주위의 임팩트 기술을 함께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신신약 개발 현장에서는 다양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주목받은 CAR-T, 면역항암제, 유전자편집(CRISPR/CAS9), 유전자치료제, 인공지능에 이어 최근에는 NK세포, 액체생검, ADC, KRAS 등이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KRAS는 40년 이상 알려진 단백질로 이제야 길이 보인다. 인류 여정의 희망이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암젠, 미라티, 머크 등이 경쟁적으로 KRAS 표적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규제의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정규 대표는 "지난해 FDA에서 48개의 신약의 허가를 받았는데 6개월만에 허가받는(美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을 적용하면 통상 10개월) 사례도 늘었다"면서 "다이이찌산쿄의 ADC신약 'Enhertu'는 67일만에 허가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중국 임상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했다. 이 대표는 "중국 베이진의 BTK저해제 '브루킨사(Brukinsa)’는 절반 이상이 중국 환자였지만 미국에서 신약 허가를 받았다"면서 "중국 임상의 퀄리티에 대해서도 관점을 새롭게할 수 있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정규 대표는 이날 중국 신약개발산업의 성장이 미칠 파장과 이에 대한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하나는 중국 시장의 성장이 가져올 의약품 가격 정책의 변화다. 이 대표는 "면역항암제 옵디보의 중국 가격은 미국의 절반 정도이며, 중국 자체개발 PD-1 면역항암제는 중국 옵디보 가격의 절반 이하다"면서 "중국 의약품 가격 정책이 전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중국 임상의 퀄리티 이슈가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은 당뇨병 환자만 1억명이고 한 대형병원에서 연간 심장수술 건수가 2000건이 이르기도 하는 등 상상도 못하는 스케일을 갖고 있다"면서 "퀄리티 이슈가 많이 해소되면서 중국에서 퍼스트인휴먼(first-in-human) 임상이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을 시장의 관점뿐 아니라 임상의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정규 대표는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유전자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에 주목했다. 그는 "유전자치료제가 주류에 진입하는데 가장 큰 이슈는 생산 문제다. 바이러스 생산 효율을 위해 빅파마들이 생산시설은 인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관문억제제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바라보려는 시각도 확인했다. 그는 "화이자, 일라이 릴리 등 면역항암제 임상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등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 기업들과 관련해서는 "이노베이션 중심으로 분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글로벌산업에서 이머징에 속해있다는 것은 아직은 글로벌 임팩트가 약하다는 의미"라면서 "좀 더 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회사를 알리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포함해 임종윤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엄대식 동아ST 회장, 정운수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등 바이오 산업계 관계자 약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지난해 데이터 3법 통과와 규제샌드박스 시행으로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열렸다"면서 "혁신 생태계 조성, 규제개혁, 바이오인력 육성 등을 통해 바이오산업이 우리 주력산업으로 자리잡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국내 바이오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코오롱 인보사 사태 및 몇몇 회사들의 임상 3상 실패 등 부정적 이슈도 있었다"면서 "험난해도 도전해야 한다. 결국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바이오 강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지속적인 정책 제안과 함게 바이오플러스를 통해 산업의 선진화를 도모할 계획"이라면서 "바이오산업 인력 양성에도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