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이 객원기자
개발중인 약의 임상시험결과 은폐를 예방하고자 만들어진 Clinicaltrials.gov등의 임상등록 사이트는 성공한 임상시험만 공개하려는 제약회사들의 관행에 제동을 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임상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검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원하는 정보를 얻기에 임상등록 레지스트리 사이트에 공개된 정보를 확인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2008년 즈음 다국적사인 GSK가 우울증약의 소아 자살 충동유발, 다른 다국적사인 MSD는 진통제의 부작용 은폐하다 발각되는 세계적인 스캔들이 발생했다. 이 모든 사실은 임상시험을 통해 밝혀진 것을 회사가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기 때문에 도덕적인 비난을 면키 어려웠다. 이런 큰 사건들이 계기가 되어 유럽 및 미국의 제약협회(EFPIA, PHRMA)가 제약회사들이 진행한 임상의 결과가 비록 긍정적이지 않더라도 회사가 인위적으로 그 결과를 숨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정보공개의 원칙을 정해 외부에 공표했다. (http://phrma.org/sites/default/files/pdf/PhRMAPrinciplesForResponsibleClinicalTrialDataSharing.pdf)
“책임있는 임상결과 공개에 대한 기업의 책임 원칙”이라 번역할 수 있는 미국 제약기업협회, PhRMA의 글을 읽어보면 매우 선한 의지의 발로로 자료를 공개하고 이를 명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러한 임상정보 공개가 추악한 사고로 인해 시작된 셈이다. 그래서 화이자, 얀센, 로슈 등 대부분의 세계적인 기업들은 자신의 기업홈페이지나 별도의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가 후원한 임상시험의 모든 결과를 정보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이런 정도로 정보공개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아직은 주요 임상을 중심으로 임상 레지스트리 사이트에서 진행경과를 확인하고 이 임상의 결과를 다시 찾아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이트 하나를 더 알아야 한다. Pubmed라고 불리는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온라인 검색사이트가 그것이다.
Medline이라고 불린 미국의 생물의학데이터베이스에 접속이 가능한 검색엔진으로 1996년 시작된 Pubmed는 1966년부터 발간된 약 2500만 건의 연구결과에 접속이 가능하고 1809년의 연구자료도 일부 접속이 된다고 할 만큼 데이터베이스 측면에서 엄청난 방대함을 자랑한다.
현재까지 존재하는 생명과학 영역에서 가장 방대한 데이터에 접속이 가능한 사이트이기 때문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있으며,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Pubmed 검색에 익숙해질 수 있는 교육자료를 입수할 수 있다.
한미 올리타의 정보를 비교하면서 차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보자. Clinicaltrials.gov에서 HM61713를 검색해 보면 4개의 임상이 등록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등록된 임상정보를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구가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는 상세한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다. 유럽은 유럽 내에서 진행하는 임상만 등록하기 때문에 레지스트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검색해보면 유럽 내에서 진행하는 1개의 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레지스트리 모두 임상별로 고유의 식별번호(ClinicalTrials.gov Identifier, EudraCT number)를 부여하고 이를 서로 참조, 확인할 수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식별번호를 확인하면 이중 같은 임상을 짝지을 수 있다. 유럽 임상 레지스트리에 등록된 임상은 ClinicalTrials.gov Identifier가 NCT02485652 인 “ELUXA1” 연구다. 하지만 완료된 임상의 경우에도 그 결과나 학회에 발표된 논문이 링크되어있지는 않다.
Pubmed에서 HM61713을 검색하면 13개의 문건이 보인다. 이중에는 학술잡지의 기사나 종설(Review Article) 등도 포함되는데 실제 임상결과를 발표한 문건은 학회 포스터발표 두건 이외에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두건 모두 올 4월 진행된 European Lung Cancer Conference에서 발표된 각기 다른 임상의 결과로 보인다. 포스터 발표는 논문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정보가 제한적이고, peer review라는 형식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불리한 자료를 숨기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강렬하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제약사들이 만족스럽지 않은 임상결과가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일례로 로슈는 개발한 허셉틴의 바이오베터, 케쎄일라를 허셉틴과 비교하는 임상을 진행했는데 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로슈는 아주 인용지수가 낮은 학술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그 연구가 발표된 Future Oncology는 2015년 기준 종양학 분야 210여개 잡지 중 인용지수가 123위에 불과한 학술지이다).
정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이런 잔 수에 놀아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울하지만은 않은 것은 이런 잔꾀들이 발각되었을 때 세상은 이를 견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고 이미 지금 상당히 정밀한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