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LG생명과학이 2002년 출범 이후 14년 만에 LG화학으로 흡수합병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룹 차원에서 의약품 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에 모기업으로 복귀한다.
12일 LG화학은 LG생명과학을 소규모합병 형태로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합병비율은 각각 보통주 1대 0.2606772, 우선주 1대 0.2534945이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LG화학의 상호를 유지하고, LG생명과학은 해산된다. 합병기일은 2017년 1월1일이다.
소규모 합병은 합병을 주도하는 존속법인(LG화학)이 합병으로 인해 사라지게 될 해산법인(LG생명과학) 주주들에게 신규 발행해 지급해야 하는 주식의 수가 회사 발행주식 전체의 10%를 넘지 않는 경우 진행하는 방식이다.
존속회사의 경우 별도의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이 가능해 신속하고 원활한 합병 진행이 가능하다. 다만 피합병회사의 경우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를 모두 거쳐야 한다. 양사는 오는 11월28일 합병승인 이사회(LG화학) 및 합병승인 주주총회(LG생명과학) 등을 거쳐 2017년 1월 1일자로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LG그룹은 "합병을 통해 LG화학은 바이오 사업 육성을 통한 미래지향적 사업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하고, LG생명과학은 장기, 안정적 신약개발 투자를 확대해 레드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LG생명과학은 지난 2002년 (주)LG (옛 LGCI)의 생명과학사업부문이 분할돼 설립됐다. LG화학의 LG새영과학 합병의 배경은 그룹 차원에서 의약품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LG화학이 보유한 풍부한 현금을 신약 개발에 투입해 LG생명과학을 글로벌 제약사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상반기 기준 LG화학의 현금성자산은 2조2407억원으로 LG생명과학의 369억원보다 무려 61배 많다.
LG화학은 우수한 현금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물, 바이오 3대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 하에 지난 4월 팜한농을 인수하며 그린바이오 분야에 진출했다. 또 시장규모와 미래 성장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레드바이오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다.
LG생명과학은 지금까지 R&D 역량 확보와 사업기반 구축 측면에서 꾸준한 성과가 있었지만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미래 투자 재원 확보와 핵심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LG생명과학은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매출액의 19.6%인 6739억원을 R&D 비용으로 투입하며 상당한 R&D성과를 내놓았지만 아직 글로벌시장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랫동안 공들인 R&D 성과도 가시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풍부한 현금이 가세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LG생명과학은 국내기술로 처음 개발에 성공한 5가 액상혼합백신 ‘유펜타’는 지난 2월 세계에서 7번째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유펜타의 사전적격성평가(PQ)를 받았고 올 하반기 국제 입찰 시장을 두드린다. 유펜타는 5세 미만의 영유아에서 많이 발생하면서 치사율이 높은 5개 질병(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백일해ㆍB형간염ㆍ뇌수막염)을 동시에 예방하는 혼합백신이다.
당뇨신약 '제미글로'의 본격적인 해외 성과도 예약됐다. 지난 2012년 국산신약 19호로 허가받은 제미글로는 지난해까지 사노피 등을 통해 105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은 상태다. 제미글로는 국내에서는 국산신약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LG그룹 측은 "이번 합병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기반한 투자재원을 바탕으로 레드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것이다"면서 "고도화된 사업포트폴리오 및 강화된 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출 및 이익 증대를 달성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보통주 합병가액은 각각 25만3390원, 6만6053원이다. 양사의 합병은 유가증권시장 주권상장법인간의 합병으로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에 의거해 합병가액을 산정한 후 이를 기초로 합병비율을 산출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핵심 R&D 및 생산 기술, 글로벌 사업 인프라 및 기술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상호 시너지를 통해 바이오 사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수익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미래 지향적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재원 확보를 통해 신약개발 등 미래 시장 선도를 위한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LG화학은 이번 합병 이후 레드바이오 사업의 조기 육성을 위해 매년 3000억~5000억원 규모의 R&D 및 시설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LG생명과학 투자액 1300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이를 통해 기존 그린바이오(팜한농) 등을 포함해 바이오 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 2025년 매출 5조원대의 글로벌 사업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또 기초소재, 전지, 정보전자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바이오를 포함한 균형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 2025년 50조원 매출 규모의 글로벌 톱5 화학 회사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바이오는 인류의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며,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