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장비 기업인 일루미나가(illumina)가 한국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의 건강보험 적용 및 정밀의료 확산,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과 연구자들의 성과 등을 비추어 한국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전세계 유전체 분석장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일루미나는 유전자 검사 비용을 낮추는 혁신적인 장비를 통해 유전자 검사의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자회사 그레일(Grail)을 통해 혈액으로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정밀의료 실현에도 도전하고 있다.
강종호 일루미나코리아 대표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만남에서 "2020년 한국 유전체 분석·진단 시장은 약 4000억~5000억원 규모(현재는 1000억~2000억)로 성장할 전망으로 이 중 약 20%는 유전체 분석 장비, 시약, 분석 소프트웨어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면서 "일루미나 본사는 전략적 검토를 통해 한국 시장을 더욱 성장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따른 일루미나의 첫번째 행보가 일루미나코리아를 통한 직영체제 구축이다. 기존에는 BMS가 일루미나의 국내 총판을 담당했다. 강 대표는 "현재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서울과 경기권은 일루미나 코리아의 직영체제로 운영하고 다른 지역은 현지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대리점 형태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형 형태가 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많은 연구자와 기업에게 일루미나의 우수한 유전체 분석 장비와 시약, 분석 툴을 경험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용 분석장비 위주의 시장도 다변화할 계획이다. 농업, 수산업, 감염병 분야로도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일루미나 코리아는 올해 3월 정부가 NGS를 통한 암 진단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급격히 부상한 체외진단(In Vitro Diagnostic)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NGS 진단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병원이 직접 NGS장비와 분석툴을 갖추도록 하고 있어 유전체 분석 장비업체에는 큰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진단검사 전문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해 보험 적용이 가능한 검사 기관은 22개 곳이다. 연구 분야에서는 일루미나가 압도적이지만 진단분야에서는 시장 진입이 늦어 일루미나와 써모피셔 사이언티픽이 시장의 절반씩을 나눠갖고 있다. 일루미나는 'MiSeqDx' 써모피셔 사이언티픽은 'Ion S5'이 주력 제품이다. 강 대표는 "한국에서 의료기관을 통한 암, 유전병 타깃의 체외 진단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면서 "하반기 새로운 체외진단 유전체 분석 장비를 인허가받아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일루미나 코리아 역시 2020년까지 두 배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일루미나 아시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는 중국, 일본, 호주 다음이다.
강종호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가 현지에서 분자유전학 박사와 박사후 연구원 등을 지냈다. 이후 마크로젠, 써모피셔 사이언티픽을 거쳐 2015년부터 일루미나 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일루미나는 새로운 유전체 분석장비를 통해 유전자 검사 비용을 비약적으로 낮추면서 '시퀀싱의 민주화'에 기여해왔다"면서 "특히 올해 공개한 노바식(NovaSeq)은 향후 4~5년 내에 유전자검사 100불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검사 비용의 인하로 전체 게놈과 엑솜을 진단하는 홀 게놈 시퀀싱(whole-genome sequencing)과 홀 엑솜 시퀀싱(whole exom sequencing)이 진단에 사용하는 날이 올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암과 유전병이 조기에 진단돼 인류건강에 기여하고 의료현장을 혁신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국내 역시 정부와 산업계, 의료계가 협의해 관련 정책이나 규제를 다듬어야 한다. 아시아에서는 태국이 국가차원에서 유전자 검사 관련 규제를 완화해 큰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일루미나 코리아도 한국 유전체 산업이 성장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