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한미약품이 지난 13일 내성표적 폐암신약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지만 당일 주가가 0.18% 하락에 그치는 등 시장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 올리타의 글로벌(중국) 판권을 가진 베링거인겔하임, 자이랩이 권리를 반납했고 경쟁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시장에서 확산되는 상황에서 올리타의 개발중단을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올리타를 대체할 혹은 능가할 한미약품의 다양한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2010년 이후 기술수출한 과제 중 3건이 권리가 반환됐지만 다수의 과제는 상업화를 위한 개발이 한창이다. 특히 오락솔, 포지오티닙 등은 적응증을 확장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개발되는 FLT3 저해제 'HM43239'를 비롯해 간암 타깃 FGFR4 억제제인 'HM81422', 후성유전학 기반 LSD1 저해제 'HM97211' 등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도 구체화되고 있다.
◇한미, 임상 3상 3개 프로젝트 개발 속도전
한미약품이 임상 3상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총 3개다. 2011년 아테넥스에 기술수출한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 2012년 스펙트럼에 기술이전한 지속형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 2015년 사노피 아벤티스에 기술수출한 GLP-1 지속형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로 모두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한다.
먼저 아테넥스가 개발하는 오락솔은 항암 주사제인 파클리탁셀을 경구용으로 바꾼 항암신약이다. 항암제의 경구 흡수를 방해하는 막 수송 단백질인 P-gp(P-glycoprotein)을 차단해 IV 화학항암제를 경구용으로 개선하는 한미의 플랫폼기술 오라스커버리(HM3018A)에 기반했다.
오락솔은 파클리탁셀 정맥주사 대비 오락솔의 임상적 약효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한 글로벌 무작위 대조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360명을 대상으로 북미 8개국에서 50개 이상의 사이트에서 진행하고 있다. 90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번째 중간평가에 이어 180명 대상의 두번째 중간평가가 올해 3분기내 완료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올해 초 1상 승인도 받았다.
아테넥스는 또한 오라스커버리 플랫폼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와 협력을 통해 오락솔과 라무시루맙(ramucirumab) 병용으로 위암 환자 대상 최대 내약용량(Maximum tolerated dose, MTD)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1b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구용 이리노테칸(irinotecan) ‘오라테칸(Oratecan)’, 경구용 도세탁셀(docetaxel) '오라독셀(Oradoxel)', 경구용 토포테칸(topotecan) '오라토포(Oratopo)'를 개발 중이다. 모두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1상 단계에 있다. 또한 경구용 에리불린(eribulin)도 올해 4분기에 임상 계획을 신청할 계획이다.
스펙트럼파마슈티컬은 최근 지속형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를 4분기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에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보유한 약효지속 기반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바탕으로 기존 호중구감소증치료제의 약효 지속 시간을 늘린 바이오신약으로 가장 상업화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노피아벤티스는 지난해 말 GLP-1 계열의 지속형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에 돌입했다. 매일 투여하는 주사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연장한 바이오신약이다. 사노피는 아울러 4분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추가 임상 3상시험 2건을 진행할 계획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와 기저 인슐린의 병용요법 연구와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제2형 당뇨병 치료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경구용 치료제 메트포르민(metformin) 병용 요법을 경쟁약물인 트루리시티와 비교하는 임상 연구다. 사노피는 총 3건의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 결과를 토대로 2021년 FDA에 시판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포지오티닙-HM12525A 임상 확대, 신규 프로젝트도 본격화
임상 2상 단계이지만 한미약품이 2015년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pan-HER2 항암제 포지오티닙은 바이오마커 항암제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난해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공개된 비소세포폐암(EGFR Exon20) 돌연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임상2상 중간결과 환자 11명 중 8명인 73%에서 포지오티닙의 객관적 반응률(ORR) 및 부분 반응률(PR)을 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엑손은 유전자의 염기 배열 중 단백질 합성 정보를 가진 부분으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0% 가량에서 20번째 엑손 유전자가 변이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이를 표적해 치료하는 의약품은 없다. 스펙트럼은 최근 유방암 환자(25명)를 대상으로 ‘포지오티닙’의 새로운 임상 1b상시험을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 Trials)에 등록했다. 포지오티닙의 가능성을 비소세포폐암 'EGFR exon 20' 돌연변이에서 'HER2 exon 20' 돌연변이까지 확대한 것이다.
한미약품이 얀센에 기술이전한 비만·당뇨 바이오신약 HM12525A(얀센 프로젝트명 JNJ-64565111)도 최근 글로벌 임상 2상에 돌입했다. 고도비만 환자 440명을 대상으로 'HM12525A'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이다. 얀센은 2016년 HM12525A의 임상시험용 의약품 공급 차질을 이유로 임상을 일시 중단했지만 결국 재개했다.
한미약품은 세계 시장에 내놓을 바이오의약품-합성의약품 신규 프로젝트를 올해 본격화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랩스커버리를 바탕으로 한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LAPSTriple Agonist, HM15211)선천성고인슐린증(LAPSGlucagon Analog, HM15136)∙뮤코다당체침착증(LAPSASB, HM15450)∙단장증후군(LAPSGLP-2 Analog, HM15912) 등이다. 특히 LAPGCG Analog는 올해 상반기, LAPSGLP-2 Analog는 올해 중 임상 1상에 착수한다.
합성신약에서는 신규 프로젝트로 'FLT3 inhibitor’ 기전의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FLT3 inhibitor는 전임상 결과에서 변이들을 모두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재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백혈병 줄기세포(LSC)에도 억제 효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간암을 타깃하는 FGFR4 저해제(HM81422), 후성유전학 기반의 LSD1(Lysine-specific demethylase 1) 억제제(HM97211) 등도 신규 프로젝트로 내놓았다. 한미약품은 플랫폼 기술 펜탐바디를 적용해 면역·표적 동시 항암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PD-1/TAA1 이중항체'는 중국의 이노벤트(innovent)와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올리타는 향후 개발에 투입될 R&D 비용 대비 신약 가치의 현저한 하락이 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다른 신약들 임상에 더욱 집중해 반드시 ‘글로벌 혁신신약 창출’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