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유전체 분석장비기업 일루미나가 경쟁사인 퍼시픽바이오사이언스(Pacific Biosciences, 이하 팩바이오)를 12억 달러에 인수, 20년만에 가장 큰 빅딜을 성공시켰다. 일루미나는 이를 통해 팩바이오의 유전체 분석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업계 선두자리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루미나는 1일(현지시간) 팩바이오를 주당 8달러 가격으로 총 12억달러(약 1조3536억원)에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팩바이오의 30일간 거래량 평균주가(10월 31일 마감)에 71% 프리미엄을 더한 값이다.
이번 인수로 일루미나는 일련의 복잡한 유전체 분석의 한계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롱리드(Long-Read) 시퀀싱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일루미나가 정확성과 경제성을 보유한 쇼트리드(Short-Read) 시퀀싱 플랫폼기술로 시장점유율을 높여왔지만 롱리드 기술개발에는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팩바이오의 롱리드 기술을 통해 일루미나의 게놈분석 기술을 전략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쇼트리드 기술은 DNA를 100~150쌍 정도 단위로 조각내어 시퀀싱 한 뒤 이어서 염기서열을 하는 방법이다. 일루미나의 ‘노바식 6000’ 기기가 쇼트리드 방식이다. 그러나 중복 염기서열을 인식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한 기술이 긴 DNA 서열을 읽을 수 있는 팩바이오의 롱리드 시퀀싱 방식이다. de novo 시퀀싱 및 게놈 상동성 시퀀싱 등을 더 효과적으로 판독할 수 있어 질병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기술이다.
일루미나는 쇼트리드 및 롱리드 시퀀싱 기술의 장점을 결합해 통합된 기술을 제공하면서 연구원들이 생물학적 발견을 앞당기고 새로운 진단검사 등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일루미나의 Franis deSouza 대표는 "팩바이오의 롱리드 시퀀싱 기술의 정확도는 일루미나의 쇼트리드 기술과 동일하다"며 “두 기술을 결합하면 훨씬 많은 애플리케이션에 도달하고 게놈발견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Michael Hunkapiller 퍼시픽 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일루미나는 유례없는 속도로 시퀀싱 사용을 민주화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수천명의 연구자가 기술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롱리드 시퀀싱 기술이 통합되면 연구자에게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 게놈 유틸리티의 새로운 영역을 펼칠 것이다”고 기대했다.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이사는 이번 딜과 관련, “시장점유율 70~80%를 차지하는 일루미나가 팩바이오의 롱리드 기술을 확보하면서 임상진단에 활용되는 등 유전체학 분야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일루미나의 시장독점 구조로 100달러 유전체분석 시대가 늦춰지는게 아닐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일루미나는 이번 인수를 2019년 중반께 완료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