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신약개발기업 빌릭스가 생체 유래 성분 '빌리루빈(Bilirubin)'의 전합성 개발에 성공했다. 급성 및 만성 염증과 면역 질환에 효과를 입증하는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성과 동물혈액 유래라는 벽에 막힌 빌리루빈의 의약품 개발 가능성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빌릭스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빌리루빈의 비임상 및 임상 진입을 통한 의약품 개발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빌릭스는 4일 "화학적 전합성 과정을 통해 합성된 순도 높은 빌리루빈을 확보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해 관련 특허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빌릭스는 차만영 박사, 마상호 박사를 중심으로 2018년부터 2년간의 연구끝에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빌리루빈은 생체 내에서 산소를 전달하는 헴(Heme) 대사체 중 하나로, 대중에게는 간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생체 내 수치가 올라가면서 황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195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Mayo Clinic의 Philip Showalter Hench 교수는 1930년대 만성 면역 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황달이 발생하면 류마티즘 증상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면서 최초로 빌리루빈의 약제화를 시도했다. 이후 많은 연구자와 임상의들에 의해 빌리루빈은 인체 내에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물질임이 밝혀졌다. 관련 논문만 해도 2만7000편이 넘는다.
하지만 빌리루빈은 물에 거의 녹지 않는 극소수성의 성질을 가진다는 점, 동물 혈액에서 추출된 빌리루빈으로는 3상을 할 수 없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제도의 장벽에 의약품으로 개발되지는 못했다.
전상용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빌리루빈의 극소수성을 극복하기 위해 빌리루빈의 페길화를 통한 나노입자 개발에 성공했으며 2016년부터 여러 논문을 통해 항암, 허혈성 재관류 손상, 염증성 장 질환, 등 여러 항염증 질환의 효과를 입증했다. 페길화된 빌리루빈 나노 물질은 물에 매우 잘 녹는 성질을 지니는 반면 기존 빌리루빈의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오히려 극대화하면서, 체내 염증 부위에 잘 전달되는 새로운 유형의 모달리티라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빌릭스는 2019년 기술이전을 통해 전 교수의 '빌리루빈 나노 플랫폼'을 확보했다. 이어 이번 화학적 전합성 연구를 통해 동물혈액 유래 빌리루빈의 한계도 극복, 의약품 개발에 본격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명립 빌릭스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급성 및 만성 염증과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을 위해 생체내에 존재하는 안전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항산화 효능을 가진 빌리루빈을 이용한 페길화 빌리루빈 나노의약품을 신속히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빌릭스는 미국 일리노이대 미생물학 박사로 SK텔레콤 체외진단사업본부장, 나노엔텍 대표이사, 유틸렉스 연구소장 겸 사업총괄부사장 등을 지낸 김명립 대표가 2018년 창업한 바이오벤처다. 지난해 DS자산운용, 알펜루트자산운용, 에스텍파마 등으로부터 45억원의 pre-시리즈A 투자를 확보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