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노신영 기자
GSK(GlaxoSmithKline)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희귀 항암신약 개발회사 시에라 온콜로지(Sierra Oncology)를 19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GSK는 이번 인수계약으로 시에라의 희귀 암 치료제 에셋을 확보해 자사 신약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시에라의 주요에셋인 골수섬유증(myelofibrosis) 치료제 후보물질 ‘모멜로티닙(Momelotinib)’은 기존 골수섬유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JAK 저해제의 빈혈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골수섬유증의 추가적인 치료옵션으로 기대를 받고있다.
계약에 따라 GSK는 시에라의 보통주를 주당 55달러, 총 19억달러(15억 파운드)에 현금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12일 시에라의 종가에 39%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이다. 인수절차는 올해 3분기 내에 완료될 예정이다.
골수섬유증은 JAK/STAT 신호전달 체계의 과발현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때문에 골수섬유증의 치료제로 JAK 저해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JAK 저해제가 골수조직의 섬유화 억제와 더불어 골수의 조혈과정을 동시에 억제하기 때문에 JAK 저해제를 투여받은 골수섬유증 환자에게서 심각한 빈혈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JAK 저해제 치료제를 투여받은 골수섬유증 환자의 30%가 빈혈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며, 치료를 중단한 환자들의 예후가 좋지않아 환자 생존율에도 영향을 주게된다.
모멜로티닙은 JAK1, JAK2 및 ACVR1 저해제로 JAK 신호전달 차단과 동시에 ACVR1(activin A receptor type 1)을 추가적으로 억제해 체내 철 항상성(iron homeostasis)을 증가시키게 된다. 이를 토대로 체내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여줄 수 있어 골수섬유증 환자의 빈혈증상을 완화하게 된다.
지난 1월 시에라는 골수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빈혈완화 효과가 있는 스테로이드성 골수섬유증 치료제 다나졸(danazol)과 모멜로티닙의 안전성 및 효능을 평가한 임상 3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임상에서 모멜로티닙을 투여받은 환자의 25%가 골수섬유증 증상의 심각도를 평가하는 ‘총 증상점수(Total Symptom Score, TSS)’의 개선을 보인 반면 다나졸을 투여받은 환자군은 9%에 불과했다. 수혈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의 비율도 모멜로티닙 투여군은 31%, 다나졸 투여군에서 20%로 나타나, 모멜로티닙의 비열등성을 확인했다(p=0.0064, NCT04173494).
이같은 긍정적인 임상결과를 토대로 시에라는 올해 2분기 내 미국 규제당국에 모멜로티닙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할 계획이었다.
루크 미엘스(Luke Miels) GSK CCO는 “시에라는 혈액학에서 GSK의 상업 및 의료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는 회사로 모멜로티닙은 골수섬유증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는 주요원인 빈혈을 해결할 수 있는 차별화된 치료옵션을 제공한다”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GSK는 환자에게 의미있는 개선효과를 제공하며, GSK의 전문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됐다”라고 말했다.
시에라는 모멜로티닙 외에도 지난 2021년 8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로부터 라이선스인 한 BRD4(bromodomain-containing protein 4) BET 저해제 ‘SRA515’, CHK1(checkpoint kinase 1) 저해제 ‘SRA737’ 등 2개의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두 후보물질은 현재 골수섬유증, 혈액암 및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중에 있다.
한편 모멜로티닙은 지난 2018년 8월 시에라가 길리어드(Gilead Sciences)로부터 1억9800만달러에 인수한 후보물질이다. 길리어드는 지난 2013년 YM 바이오사이언스(YM BioSciences)를 인수하면서 모멜로티닙을 확보했으나, 경쟁약물인 JAK 저해제 ‘자카피(Jakafi)’보다 효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모멜로티닙의 개발을 중단했다. 반면 시에라는 모멜로티닙이 기존 JAK 저해제의 부작용인 빈혈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골수섬유증의 치료제로 모멜로티닙의 임상개발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