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종류의 항암바이러스(Oncolytic virus)를 찾으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항암바이러스는 기존 면역항암제가 가진 한계점을 극복, 항암제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치료방법으로 암세포만 공격하는 '특이성'과 기존 약물과 차별화되는 '자가 증식능력'을 가진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암세포에 대항하는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새로운 바이러스를 끊임없이 발굴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감염됐을 때 무해하거나 혹은 약독화한 형태의 바이러스를 이용하며, 대표적인 예로 리오(Reo), 폴리오(Polio), VSV, 아데노(Adeno), 허피스 바이러스가 있다.
그러나 2000년대초에 처음 주목받은 분야인 만큼, 아직 항암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 바이러스가 무궁무진하다. 최근 이탈리아 연구팀이 다발성골수종 치료를 위한 새로운 바이러스를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12월 샌디에고에서 열리는 미국혈액학회(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에서 이 연구팀이 처음으로 소에게만 질병을 일으키는 BVDV(bovine viral diarrhea virus)를 이용해 다발성골수종을 치료하는 연구결과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바이러스가 암세포 특이적 사멸효과를 보였으며, 다발성골수종 화학치료제인 보르테조맙과 병용투여 했을 때 이미 약물저항성을 가진 세포에서도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BoVH-4라는 기존에는 효과가 없던 다발성골수종 세포주에서도 효과를 시험, 항암바이러스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프랑스 연구팀에서도 Schwarz라는 기존 백신을 약독화한 홍역(measles) 바이러스로 다발골수종 치료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암과 밀접하게 연관된 p53 세부 메커니즘을 보였다.
한편, 이전에도 유전자조작한 홍역, 레트로 바이러스로 다발골수종 치료가능성을 보여준 연구결과가 있었다. 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은 백혈병 다음으로 흔한 혈액암으로 골수에서 비정상적인 형질세포가 증식해 나타나는 혈액암이다.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가 변질, 과대증식해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며 뼈를 포함한 장기를 공격해 여러곳에서 용해성 골병변 포함한 복합적 증상이 나타난다.
항암바이러스가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가 뭘까? 항암바이러스는 직접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 외에도, 암백신으로서 전체적인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1+1" 효과 때문이다.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2015년 유전자 조작한 폴리오 바이러스로 교모세포종을 적응증로 FDA 신속절차(breakthrough status)를 받은 튜크대학 연구팀의 결과가 있다.
교모세포종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악성 뇌종양으로 항암 치료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생존기간이 14개월에 불과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2015 미국 ASCO에서 발표된 임상결과에서 24% 환자에서 전체환자 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은 전체 생존 기간이 24개월, 3명의 환자는 36개월 후에도 생존해, 실제 환자의 인터뷰가 CBS 뉴스에 한 시간 동안 소개되기도 했다.
처음으로 시판된 항암바이러스는 2015년 10월에 FDA 허가를 받는 암젠의 '티벡(T-VEC, 제품명: 임리직)'으로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적응증으로 갖는다. 특히 티벡을 면역관문억제제인 여보이와 병용투여 할 경우 치료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 밝혀져 주목을 받고 있으며, 면역활성화 효과로 인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국내에서도 항암바이러스를 연구∙개발하는 움직임이 있다. 신라젠은 천연두 백신으로 쓰이는 우두바이러스를 활용한 '펙사벡'으로 현재 세계 21개국 140여개 병원에서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중이다.
바이로큐어는 다람쥐에서만 감염을 나타내는 'Squirrelpox'를 자체 발굴, 특허를 받은 상태로 이 외에도 새로운 바이러스종과 조작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김만복 바이로큐어 대표는 "내년 항암바이러스를 생산하는 GMP시설 구축을 계획하고 있으며, 위암을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적응증에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