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중국은 신약 개발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지만 내부에서 수요(후보물질)를 해결하지 못해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국내 바이오텍은 중국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박천일 북경 제니스팜(Zenithpharm) 대표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미국이나 EU 등 선진시장뿐 아니라 중국이라는 거대한 신흥시장을 통해 국내 바이오텍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중국 얀센 마케팅 책임자, 한미약품 북경현지법인인 북경한미약품 유한공사 총재 등을 지낸 중국 전문가다. 2004년 중국 바이오제약 전문 기술이전 회사인 제니스팜을 설립해 지금까지 크고 작은 70여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지난달에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그람양성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LCB01-0371'를 중국의 'RMX Biopharma'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끌어냈다. 총계약금은 240억원 규모(선급금 6억원, 마일스톤 234억원)로 상품화에 성공할 경우 별도의 로열티도 받는 계약이다. 그는 "레고켐바이오가 뛰어난 기술력과 사업개발(BD) 능력을 보유해 계약이 성사 가능했다"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할만한 우수한 기업들이 국내에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중국 바이오제약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기업측면에서는 중국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낮은 증권시장 상장 문턱과 산업육성 정책 등에 급격한 성장을 이뤄 풍부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네릭 위주의 중국 기업들이 이 자본을 활용해 신약 개발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으려 하고 있다.
또 하나는 중국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7대 신성장산업으로 지정하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특히 "중국 정부는 최근 제네릭 의약품의 등재를 깐깐히 하는 등 제네릭을 푸대접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현지 바이오제약기업들이 신약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으로 기술이전을 원하는 국내 바이오텍들은 신약 개발 초기단계(Earlier stage)부터 도전해야 한다. 그는 "중국은 자국에서 만들어진 임상 데이터를 선호하기 때문에 전임상 전단계라도 충분히 기술이전이 가능하다"면서 "국내와 중국의 임상 결과가 축적되면 글로벌 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는 항암제와 당뇨병 치료제 시장이다. 그는 "당뇨병의 경우 시장이 워낙 큰데다 소아 당뇨가 최근 중국 시장에 문제가 되고 있어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일부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으로 중국 진출을 우려하고 있으나 신약개발은 중국정부가 육성하는 분야인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다만 국내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은 앞으로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 기업들의 무한공급으로 촉발된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치킨게임이 CMO사업에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중앙정부와 주정부로부터 토지와 자금을 지원받은 몇만리터 규모의 CMO 공장이 곳곳에서 지어지고 있다"면서 "이들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면 CMO 사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셀트리온이 CMO에 안주하지 않고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신약 개발에 도전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