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는 R&D가 아닌 M&A입니다. R&D 투입비용으로 기업의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 법인장은 24일 판교 요즈마캠퍼스에서 진행한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단언했다. 심화된 개발 경쟁과 기술의 빠른 트렌드 전환 등의 이유로 이제는 자체 R&D 방식이 아니라 인수, 합병을 통한 기술 흡수 방식의 신약, 의료기기 개발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즈마그룹 본사가 있는 이스라엘에는 주요 다국적 제약회사의 R&D센터가 집중돼 있는데 그들의 R&D 투자비용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대신 우수한 기술을 가진 벤처나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을 검토하고 인수하는 M&A센터의 역할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이 이런 트렌드를 읽고 준비한다면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창업·벤처 투자·컨설팅 전문 기업인 이스라엘 요즈마 그룹은 2014년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기술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요즈마캠퍼스를 열었다. 요즈마캠퍼스는 국내 기업과 특성화 대학, 병원, 연구소 등에서 초기 단계의 기술을 스핀-오프 형태로 창업하도록 지원하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회계, 법무, 후속 투자유치 등의 전 과정뿐 아니라 기술이전이나 M&A의 협상 진행까지 돕는다.
이 법인장은 "자금 투자만이 아니라 하나의 성장 인큐베이터로서 트렌드를 교육하고 해외 동향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그들의 기술 방향성을 글로벌 수요에 맞게 조정하고 알맞은 타깃 선정까지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요즈마그룹은 중국 베이징에 요즈마캠퍼스를 설립하고 한국 및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도울 예정이다.
올해부터는 바이오 헬스케어분야 투자에 본격 들어갈 예정이다. 바이오, 헬스케어, 의료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요즈마그룹의 첫 해외투자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작년 12월 요즈마그룹은 대성창업투자와 500억 규모의 바이오벤처 투자펀드를 조성했으며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요즈마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글로벌시장을 타깃으로 기술이전 및 M&A 성사 가능한 기업이 대상이다. 이갈 에를리히 회장이 직접 기술가치를 평가하고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는다.
이 법인장은 "요즈마 펀드는 단순히 기술력이 좋고 나쁨만이 아닌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트렌디한 기술인지를 평가한다"면서 "좋은 기술력은 기본이고 현재 많은 곳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고려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년간의 기술이전 및 M&A 경험을 녹여내겠다고 강조했다.
요즈마그룹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법인장은 첫 번째로 벤처 창업 생태계가 조성돼 있으며 두 번째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R&D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특성화 대학교 등 좋은 연구기반을 갖춘 대학 및 병원, 출연연구소가 있다. 이 법인장은 "한국의 창업 분위기, 연구역량 등이 요즈마그룹과 같이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한국을 아시아의 거점으로 선택하게 했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이 국내시장만을 타깃해서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힘들다. 한국의 ‘김기사’와 이스라엘의 ‘웨이즈(Waze)’가 대표적인 예다. 같은 형식의 네비게이션 어플인데 국내시장을 타깃으로 한 김기사는 다음카카오와의 M&A에서 650억의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처음부터 글로벌 마켓을 타깃으로 한 웨이즈는 구글 이스라엘에 1조 2000억에 매각됐다.
이 법인장은 "한국의 많은 바이오회사들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앞으로 M&A 등을 통한 다양한 융합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전망은 아주 밝다"면서 "요즈마그룹은 좋은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에 투자,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