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한미약품이 지난해 제넨텍과의 기술이전으로 받은 계약금 938억원을 30개월간 나눠서 수익으로 인식하기로 결정했다. 회계상 지난해 반영한 계약금은 62억원에 불과해 사노피와의 계약 수정에 따른 매출 감소분을 고려하면 작년 실적은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제넨텍과의 표적 항암신약 'HM95573' 기술이전 계약으로 받은 계약금 8000만달러를 30개월 동안 분할 인식키로 결정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제넨텍과의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총 9억1000만달러다. 한미약품은 제넨텍으로부터 계약금 8000만달러와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 등에 성공할 경우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8억3000만달러(약 9100억원)를 순차적으로 받는 조건이다.
한미약품 측은 “최근 수익 인식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추세를 반영했고, 계약 당사자간 의무이행 기간 동안 계약금을 분할 인식키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특정 시기에 대규모 금액을 수익으로 인식하면 추후 기저효과가 발생해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글로벌 제약사간 기술이전 계약에서도 관행적으로 수익을 분할 인식하는 추세다.
한미약품은 2015년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이전 계약으로 받은 계약금 5000만달러(약 550억원)를 일시 반영하면서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급감하는 기저효과가 발생한 바 있다.
한미약품은 이미 지난해 12월2일 제넨텍으로부터 계약금 8000만달러를 받았다. 당시 원달려 환율 기준 1173원을 적용하면 938억원이 입금된 셈이다. 향후 30개월 동안 매월 31억원씩 제넨텍 기술이전 계약금이 회계 장부에 반영되는 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부터 계약금 분할 인식을 시작했는데 제넨텍과의 계약을 통해 지난해 총 62억원을 수익으로 인식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는 계약금 일시 반영에 비해 한미약품의 작년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못 미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한미약품은 지난해 사노피와의 계약 조건 수정에 따라 예상치 못한 실적 부진 요인이 발생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사노피와 퀀텀프로젝트(당뇨약 3건)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금 4억유로(약 5000억원)를 받았다. 한미약품은 2015년 2556억원을 회계 장부에 반영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총 791억원을 수익으로 인식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로부터 받은 계약금 중 약 1700억원 가량을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말 지속형인슐린 권리 반환을 포함한 계약 수정으로 1억9600만유로(약 2500억원)를 돌려주기로 했다. 회계상으로는 지난해 수익으로 인식한 791억원에 대해 매출 취소 형식으로 털어내는 방식으로 반환금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미약품은 이미 인식했던 매출 791억원이 줄어드는데다, 제넨텍 계약금도 62억원만 반영되면서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당초 예상보다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넨텍과의 계약은 계약 해지 따른 반환금 조항이 없어 향후 수익 인식에 대한 투명성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