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중요한 것은 내가 잘 아는 기술이 아닌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파악해 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에만 집중하지 말고 사업화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이 지난 24일 판교 혁신신약살롱에서 말한 바이오텍 성공의 핵심 요건이다. 성 회장은 1999년 제넥신을 창업해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바이오 1세대 창업가로 약효가 몸속에서 오래 유지되도록 하는 '하이브리드Fc(hyFc)'라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성 회장이 강조한 '시장의 관점'은 바이오텍을 직접 창업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제넥신은 성 회장의 연구분야였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B형간염바이러스(HBV) DNA 백신 개발로 시작한 바이오텍이었다. 하지만 연구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고 회사는 결국 2005년 사실상 문을 닫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그러면서 성 회장의 생각도 바뀌었다. "이제는 산업, 특히 우리나라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이미 효능이 알려진 약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효능이나 안전성을 증가하는 바이오베터 개념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국내 제약사들과 공동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약물 지속형 기술입니다."
제넥신은 결국 hyFc 기술을 개발해 녹십자와 EPO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이후 국내 5개 기업에 기술이전까지 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잡게 됐다. 제넥신 성공 스토리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성 회장은 "결국 시장의 관점에서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연구 결과를 사업화 관점에서 가치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바이오텍의 성공 요건으로 ▲우수한 인재들의 구축 및 동기 부여 능력 ▲지적재산권 구축력 ▲R&D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자금조달 능력 ▲미래 산업 시장의 예측 및 대비 능력을 꼽았다. 특히 "바이오벤처는 제트비행기와 같아서 잘 날라가더라도 연료가 없으면 금방 떨어진다"면서 "자금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지난 2015년 코넬대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이면서 파머셋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한 경한수 대표를 영입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회사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바이오산업의 미래, 제넥신의 새로운 먹거리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미래의 의약품 시장을 주도할 분야는 어디일까? 바이오의약품의 1세대는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이, 2세대는 항체 의약품이 주도했다면, 3세대는 유전자 치료제가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을 중심으로 개발이 한창인 CAR-T,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등이 속한 시장이다. 그는 "CAR-T와 같은 유전자 치료제는 파이프라인당 2000억~1조원의 거래가 일어난다. 높은 효과로 인해 그만큼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 항체의약품에도 기회가 있다. 재조합단백질의 경우 반감기가 너무 짧아 약이 될 수 없었던 펩타이드 계열이 약효지속성 기술 접목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항체의약품은 새로운 타깃, 멀티타깃 항체가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성 회장은 "장기이식 시장은 수요의 10%밖에 충족하지 못하는 시장"이라면서 "3D 프린팅 기술과 바이오기술이 접목한 인공장기가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