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지난달 31일 두 건의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됐다. 하나는 레고켐바이오와 브릿지바이오간의 오토택신(Autotaxin) 저해 기전의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총 계약금액 300억원)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메가바이오숲간의 가바(GABA) 억제 기전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60억원)이었다. 두건 모두 공통된 특징이 있다. 새로운 타깃·기전이라는 것과 전임상에도 진입하지 않은 초기 후보물질이라는 점이다.
국내 (의약) 바이오산업의 관심이 유망한 초기기술 발굴에 쏠리고 있다. 대학이나 연구소, 혹은 기업에서 연구중인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초기기술을 발굴해 기술이전하거나 창업을 추진하는 움직임이다. 가능성 있는 기술을 초기단계에서 발굴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데다 초기부터 임상개발 혹은 사업화에 노하우가 있는 전문가들의 개입으로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도 올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개발한 혁신적인(novel)한 후보물질을 직접 발굴, 지원해 기술이전을 돕는 '브리지(혁신 후보물질 발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17년 제 1회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는 이런 초기 유망 기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국내 유일의 바이오전문매체인 바이오스펙테이터를 비롯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150여명의 기업, 연구소, 대학, 투자회사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유망기술을 들으려는 참석자들로 인해 행사가 끝난 5시까지도 빈자리가 많지 않았다.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은 국내 대학, 연구소, 기술이전전담조직(TLO)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유망한 초기기술을 내놨다.
암세포의 분열∙증식과 관련한 신호전달과정에서 ‘최종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 c-Myc을 직접 저해하는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항암제 후보물질(정경채 국립암센터 박사), ‘Piperazine-1-carboxamidine(PZC)을 활용한 세계 최초의 기전기반 자폐증 치료 후보물질(신찬영 건국대 교수), 아바스틴·루센티스를 대체하는 ‘항-Angiopoietin 2' 항체를 활용한 녹내장·망막변성·황반변성 치료 후보물질(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 교수), 빅파마들이 연이어 실패한 BACE1 타깃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극복할 수 있는 스크리닝 방법 및 치료 후보물질(조동규 성균관대 교수) 등이 소개됐다.
연구자와 기업간의 파트너링도 총 23건이 진행됐다. 파트너링을 진행한 한 기업 관계자는 "오늘 소개받은 기술은 충분히 사업화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추후 연구자 미팅 등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초기 유망기술에 대한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참석자들뿐 아니라 기술이전에 대한 의지를 가진 참석자들도 많았다. 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기술이전에 여전히 보수적인 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초기 기술을 가져오려는 움직임도 있다"면서 "'기술이전을 검토해볼만하다'의 수준을 넘는 적극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한 VC도 "바이오투자가 잠시 주춤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초기 유망 기술에 대한 관심은 뜨거운 상황"이라면서 "이번 행사에서 가능성 있는 기술들이 소개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최측은 연구자와 기업간의 파트너링과 함께 기술 마케팅을 이어갈 예정이다. 2회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는 올 하반기(4분기 예정)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