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청와대가 10일 과학계 및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선과 관련해 "박 본부장의 참여정부 시절 과와 함께 공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박 본부장 임명에 대해 국민과 과학계의 이해를 구하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입장이어서 여론의 추이에 따라 박 본부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7시 긴급 브리핑을 통해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사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면서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새 정부는 촛불민심 구현이라는 국정목표 실천에 있어 참여정부의 경험 특히 실패 경험 성찰을 소중한 교훈으로 삼고 있다"면서 "참여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분, 참여정부 종사한 분들도 실패에 성찰을 함께 한다면 새 정부서 같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박 본부장은 황우석 교수 사건 당시 (참여정부)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었기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을 지고 보좌관직에서 물러난 바도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IT·과학기술 분야의 국가경쟁력은 참여정부 시절 가장 높았고, 그 점에서 박 본부장의 공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새정부의 큰 숙제로 본부 신설 주도한 사람중 하나가 박기영 본부장"이라면서 "그래서 과가 적진 않지만 적임자로 판단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보좌관과 같은급의 직책, 더 나은 자리도 아니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날 브리핑이 박 본부장의 인선 배경을 상세히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로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그를 임명한 취지에 대해 널리 이해를 구한다"면서 "이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여전히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박 본부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임명 철회나 자진사퇴쪽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본부장의 공에 대해 설명한 것 역시 명예로운 자진사퇴를 위한 출구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박기영 본부장 임명 반대 여론은 과학계와 야당을 넘어 여당으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박 본부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회 소관 위원회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상당수도 박 본부장의 임명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 본부장은 이날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연루된 데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다. 일할 기회를 달라"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본부장은 "현장의 연구자와 국민의 요구를 잘 수렴하는 지원체계와 이를 지원하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내면 빠른 기술변화와 치열한 기술경쟁에서 충분히 앞설 수 있다"면서 "이 꿈과 이상을 실현해보고 싶은 생각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일하면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태에 깊숙히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2004년 조작으로 밝혀진 황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에 연구에 참여하지 않고도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려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전공(식물생리학)과 관계가 적은 과제 2건을 맡으며 황우석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원을 지원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2006년 1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청와대 보좌관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