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한양행, 대웅제약 등 국내 제약사와 손잡고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유럽,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바이오시밀러 허가와 판매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국내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8일 유방암, 위암 등에 사용하는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삼페넷’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 계약(마케팅, 영업)을 대웅제약과 맺었다고 밝혔다. 삼페넷은 지난달 국내 허가를 받은 삼페넷은 셀트리온의 허쥬마에 이어 두 번째로 시장에 진입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계약을 맺은 대웅제약은 국내 항암제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기존 케미컬 항암제(슈펙트)와 항암보조치료제(인스타닐, 마트리펜) 등에 바이오시밀러 삼페넷까지 추가하면서 항암제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은 "삼페넷의 도입은 단지 품목을 하나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항암치료제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진출하면서 연구개발에만 집중하고 판매는 바이오젠(유럽)과 MSD(미국, 한국 등 나머지 지역)에 맡겼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12월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의 판매를 시작했고 지난해 7월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를 한국 MSD를 통해 발매했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의약품 조사기관 IMS헬스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브렌시스와 렌플렉시스의 누적 매출은 7억원에도 못 미쳤다. 브렌시스는 발매 이후 1년 6개월 가량 지났음에도 누적 매출은 6억8000만원에 그쳤다. 해외에서 ‘베네팔리’라는 제품명으로 판매 중인 브렌시스는 올해 2분기 유럽 시장에서 1억5400만달러(약 17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정작 원 개발국에서는 맥을 못 췄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5% 저렴한 약가도 문제였지만 MSD의 국내 판매 영업망 확대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는 이야기도 업계에서 제기됐다. 결국 삼성바이오에피스는 MSD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넘겨 받아 지난 10월 브렌시스와 렌플렉시스의 영업을 전격적으로 유한양행에 맡겼다.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와 당뇨약 ‘트라젠타’,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이끌었던 유한양행의 영업력을 통해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의미있는 매출을 내겠다는 것이다.
삼페넷의 파트너로 MSD도 유한양행도 아닌 대웅제약을 선택한 것은 국내 공략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웅제약이 국내 종합병원 영업의 강점을 갖고 있으며 항암 제품군 영업을 확대하려는 니즈가 국내 바이오시밀러 매출을 확대하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의지와 맞아떨어지면서 판권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삼페넷과 슈펙트를 항암분야의 메인 제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도 회사별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유한양행이 아닌 다른 파트너사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당장 큰 폭의 매출 확대를 어렵겠지만 두 국내 제약사의 영업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