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최근 상장 바이오기업의 주가 급등으로 주식을 보유한 업체들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연구개발(R&D) 협업 취지로 투자한 주식 가치가 크게 뛰면서 많게는 10배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확보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보유 주식의 일부를 팔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실현하는 업체도 속속 등장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19일 항체신약의 기술이전 계약을 발표한 이후 이틀 동안 주가가 32.6%(1만5500원→2만550원) 상승했다. 한올바이오파마에 투자한 업체들도 보유주식 가치가 크게 뛰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인 대웅제약은 지난 2015년 한올바이오파마의 주식 1550만주를 1046억원에 인수했는데 21일 종가 기준 보유 주식의 평가액은 3185억원으로 3배 가량으로 확대됐다.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 인수 이후 안구건조증치료제, 당뇨병성망막증치료제, 면역치료항체 등의 공동개발을 시작하며 새로운 신약 파이프라인을 장착한 상태다. 대웅제약이 한올바이오파마의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주식을 모두 매각할 경우 200% 가량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유한양행도 한올바이오파마의 주가 상승을 흐뭇하게 보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2년 296억원을 투자해 한올바이오파마의 주식 374만4500주를 취득했다. 이후 대웅제약이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하자 2015년 7월 한올바이오파마의 주식 174만4500주를 장내매도, 시간외매매 등을 통해 272억원에 처분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초 한올바이오파마 주식100만주를 162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올해에도 1만1478주를 76억원에 처분, 이미 투자금 이외에 207억원을 챙겼다. 아직 유한양행은 한올바이오파마의 주식 97만주를 보유 중인데 평가액은 199억원에 달한다. 수익률로 따지면 100%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유한양행은 제넥신, 테라젠이텍스, 바이오니아, 코스온 등 상장기업들에도 투자했는데, 코스온을 제외하고는 주식 평가액이 투자금을 압도한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12월 제넥신의 주식 48만8996주를 200억원에 취득했다. 2년 만에 제넥신의 주가 상승으로 평가액은 258억원으로 투자금 대비 29% 늘었다. 2012년 12월 200억원을 투입해 취득한 테라젠이텍스의 주식 25만3128주의 평가액은 282억원으로 40%이상 올랐다. 바이오니아의 주식 평가액도 110억원으로 투자금 100억원보다 10% 상승했다. 다만 2015년 11월 150억원의 지분 투자를 한 코스온의 경우 주가 하락으로 평가액은 73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코스온은 화장품 업체다.
이미 한독은 제넥신의 주식의 일부만 팔고도 투자금의 대부분을 회수했다. 한독은 지난 2012년 총 330억원을 들여 제넥신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제넥신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163억원을 들여 지분 19.72%를 확보했고 당시 제넥신이 한독을 상대로 발행한 167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2014년 주식으로 전환했다.
한독은 지난 20일 보유 중인 제넥신 주식 444만805주(지분율 22.32%) 중 54만주를 274억원에 처분했다. 보유 주식의 12.1%만 처분하고도 투자금 330억원의 83.0%를 회수했다. 한독이 주식 처분으로 확보한 자금 274억원은 지난해 영업이익 56억원보다 4배 이상 많다.
주식 처분 이후 한독이 보유한 제넥신 주식 390만805주의 평가액은 2060억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무려 6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중인 셈이다. 현재 제넥신의 시가총액은 1조610억원으로 한독(3098억원)보다 3배 이상 많다. 한독은 제넥신과 지속형성장호르몬 등을 공동 개발 중인데, 지분 투자 당시 대비 주가 급등으로 이미 성공적인 투자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녹십자 역시 지분투자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평가액이 크게 상승한 상태다.
녹십자는 지난 2012년 150억원을 들여 녹십자셀(당시 이노셀)을 인수했는데, 보유 주식의 가치는 현재 1215억원으로 8배로 껑충 뛰었다. 녹십자셀이 녹십자로 인수된 이후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면서 주가도 큰 폭으로 오른 결과다.
유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녹십자가 상장 이전인 2013년 12억원을 투자해 지분 10.2%를 취득했다. 올해 초 유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녹십자 보유 주식의 평가액은 111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올랐다. 녹십자는 2011년 6월 바이오리더스의 주식 55만1858주를 26억원에 취득했다. 올해 14만8573주를 9억1700만원에 처분하고도 보유 중인 주식 40만5285주의 평가액은 37억원에 이른다. 70% 이상의 수익률이다.
이미 녹십자는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투자기관 못지 않은 투자 실력을 뽐낸 바 있다.
녹십자는 2003년 1600억원에 인수한 대신생명(현재 녹십자생명)을 8년 후 현대자동차에 2283억원에 팔았다. 경남제약 인수(210억원)와 매각(245억원)을 통해 35억원의 수익을 남겼다. 녹십자는 지난 2012년부터 동아제약의 지분을 4.2% 매입했고 2013년 동아제약의 분할 이후 대부분 매각하면서 20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냈다.
녹십자의 일동제약 지분 취득은 경영권분쟁으로 번지면서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률로 이어졌다. 녹십자는 녹십자홀딩스 등과 2012년부터 일동제약 주식 취득에 총 738억원을 투입해 지분율을 29%까지 끌어올렸고 2015년 총 1399억원에 팔면서 89.6%의 수익률을 올렸다.
안국약품이 2012년 6억원을 투자해 취득한 앱클론 주식 4만주의 평가액은 22억원까지 올랐다. 앱클론은 지난 9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바이오기업의 투자 중인 상당수 제약사들은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한 R&D 시너지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주식 처분을 통해 수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약품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총 201억원을 투자해 크리스탈 2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크리스탈 투자 기간 동안 당초 기대했던 연구·개발(R&D) 성과를 전혀 내지 못했지만 지난해 보유 주식 전량을 424억원에 처분하며 109.4%의 수익률을 거뒀다.
한미약품은 옛 동아제약 지분 투자로도 6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한미약품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동아제약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2008년 3월 보유 지분율을 9%대로 끌어올렸다. 동아제약 지분 투자에만 총 734억원을 투입했다. 동아제약이 2013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이후 한미약품은 2014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보유 주식을 1158억원에 처분하며 57.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